[중국話] 유커들이 한국 아닌 일본서 큰 돈을 쓰는 이유

오세균 2015. 3. 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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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기간 우리나라와 일본은 대박을 터트렸다. 씀씀이가 큰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대거 유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중국에서 나오는 언론 보도를 보면 최종 승자는 '일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춘제 기간인 불과 1주일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쇼핑하는데 뿌린 돈이 60억 위안(한화 약 1조 7백억 원)에 달한다. 액수도 액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일본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중일 관계는 최악이다. 반면 한중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중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얻었다는 점은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미래 유커 유치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할 것이다.

유커, 일본에서 '컨테이너 쇼핑' 나서기도

한 홍콩 언론은 이번 춘제 기간 한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컨테이너 쇼핑'을 했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도 그렇지만 내용도 충격적이다. 보도 내용은 이렇다. 한 유커가 이번 춘제 기간 일본으로 건너가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5m 가량의 소형 컨테이너에 텔레비전, 에어컨 각각 3대를 비롯해 오디오 몇 세트, 냉장고와 주방 용품, 양변기, 그리고 공기청정기 까지 모조리 싣고 왔다. 이들 제품을 구입하는데 들어간 돈만 10여 만 위안(약 1,800만 원)어치다. 그런데 이를 중국으로 옮기는데 그 만큼의 돈이 들었다. 해외 운송비와 관세가 8만 5,000위안(1,530만 원), 대행료가 1만 5,000 위안(270만 원)이 추가로 소요됐다. 모두 합쳐서 약 20만 위안(약 3,600 만 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이 유커는 일본에서 쇼핑하길 잘 했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중간 판매상의 마진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내에서보다 싸게 구입했고 일본에서 샀기 때문에 품질도 더 좋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100엔 샵'에서도 '싹쓸이 쇼핑'

명품점과 함께 유커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곳 중에 하나가 바로 '100엔 샵'이다. 우리나라 '1000원 샵'과 비슷하다. 휴대전화 부품, 생활용품, 조미료 등을 일률적으로 한 개에 100엔(약 950원)에 판다. 이들 품목은 중국내에서 쉽게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고 여긴다. 그래서 도쿄에서 '100엔 샵'은 중국인 유커들로 항상 북적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떤 유커는 수천 엔 어치를 구매해 큰 보따리를 안고 점포를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야말로 싹쓸이 쇼핑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심지어 일부 유커들은 홍콩에서처럼 제품이 바닥나 물가가 올라 현지 주민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인 상당수는 일본 시장이 결코 홍콩, 타이완,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물건을 공급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홍보했다고 한다.

춘제 전후 10일 동안 45만 명 다녀가

지난해 1월~3월까지 석달동안 일본을 방문한 유커가 약 45만 명이었던 데 반해, 올해는 춘제 전후 열흘 만에 그 만큼의 유커를 유치했다. 무서운 성장 속도다. 1인당 평균 소비액도 작년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도 중국인 관광객의 싹쓸이 쇼핑으로 보온병에서 명품 가방까지 적잖은 상점의 물건이 동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자국 관광객이 일본에 건너가 소형 컨테이너까지 동원해 물건을 사고 지인들로부터 부탁받은 비데와 전기밥솥 등을 대량으로 구매한 행태는 합리적인 구매가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 일본 쇼핑 관광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중국 언론은 4가지를 꼽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과 지난해 10월부터 추진된 일본 내 면세점 확대 정책, 또 올해 초 중국인에 대한 일본 내 관광 비자 발급 요건 완화, 항공 여행비용 하락 등이다. 유커를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유커에게 일본이 매력적인 이유?

하지만 4가지 이유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중국 언론은 일본인의 몸에 밴 '친절'과 '저렴한 가격'을 꼽는다. 유커가 일본 관광에 나서는 주요한 목적은 '쇼핑'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모두 방문한 한 유커의 인터뷰 내용은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이 유커는 한국 방문 이후 일본 방문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한다. 이유는 중국인이 가지 않는 상점에 가보면 한국 관광 때와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중국인 관광객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퉁명스럽고 불친절하다. 그런데 일본은 다르다. 물건을 사든 안사든 점원은 항상 점잖고 예의가 바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일본 내 해외 명품 가격은 중국 가격의 20~30%, 화장품은 50% 나 싸다. 그래서 이 유커는 진정한 쇼핑 천국은 서울도 아니고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도 아니고 단연 '일본'이라고 주장한다. 요즘 중국 언론에 나타난 유커들의 대체적인 반응 역시 쇼핑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도쿄를 꼽는다.

중국 카드로 직접 현금 뽑아

중국카드를 일본 내에서 불편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싹쓸이 쇼핑의 유행을 일으키는데 한 몫했다. 유커들이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아닌 '유니온 페이(银联 Union Pay)' 카드를 쓴다. 그런데 도쿄에서만 37만 개 점포가 바로 이 유니온 페이 카드를 사용 할 수 있다. 지난해 보다 20%나 늘어난 수치다. 일본에서는 이 유니온 페이 카드 가맹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도쿄 신주쿠 거리에는 중국 카드와 면세 표식을 큼지막하게 걸어 놓는 곳이 많다. 여기에 유니온 페이 카드를 사용하면 5% 더 할인해 준다. 유커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다. 대형 점포는 중국카드 소지자를 더 선호하고 있다. 또한 많은 현금인출기에서 중국 카드로 엔화를 직접 뽑을 수 있다. 춘제 기간 46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싹쓸이 쇼핑'에 나선 이유다. 중국 언론은 앞으로 수년간 일본이 '싹쓸이 쇼핑'의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폭증하는 유커로 日비자 용지도 동나

그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폭증하면서 비자 용지가 바닥이 나 백지에 비자 도장을 찍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중국 언론은 상하이 주재 일본총영사관 홈페이지에 지난 11일부터 당분간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 하얀색 종이의 임시 비자를 발급한다고 보도했다. 임시 비자는 기존에 발급된 비자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총영사관측은 설명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최근 일본 관광에 나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영사관 측이 준비해놓은 비자 용지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은 중국 연휴인 청명절 연휴 기간 일본으로 떠나려는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커가 해외 관광에 나서면서 세계 곳곳이 술렁이고 있다. 해프닝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홍콩은 반 유커 시위로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다. 반중정서를 바탕으로 본토인에 대한 냉대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온 정성을 다해 유커를 환대하고 있다. 유커 유치에 정부와 시민 할 것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홍콩 모델이 아닌 일본 모델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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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균기자 (s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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