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話] 호주산 젖소가 중국으로 간 까닭은?

오세균 2015. 4. 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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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올들어 또 한 차례 유업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에서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다음으로 우유 생산이 많은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치치하얼(齊齊哈爾)에서 최근 농가들이 무더기로 낙농을 포기하고 있다. 치치하얼은 원래 젖소를 사육하기에 기후가 적합하고 초지가 풍부해 목축업이 발달한 곳이다. 치치하얼이란 지명도 현지 원주민인 다호르족어로 '천연 목장'이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을씨년스런 마을 주택 곳곳에 커다랗게 '젖소를 판다'라는 글씨가 씌어져 있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젖소 운반 트럭이 아예 마을을 돌면서 낙농을 포기한 농가들의 젖소를 싹쓸이 하고 있다. 생때같은 젖소를 내놓는 농가들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농가들은 지금 우유 값이 말이 아니라며 kg당 1위안(180원)이 약간 넘고 우유 수집소도 이미 망해 돈을 제때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그래서 더이상 키울 수 없다고 한다.

중국 낙농가, 젖소 팔고 우유 내다 버려

이런 현상은 중국 원유(原乳)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동북부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영세 낙농가들이 우유를 폐기하거나 기르던 젖소를 도축해 팔고 한다. 중국 언론들은 산지 우유 가격이 kg당 1.8 위안(약 314 원)까지 떨어졌다며 우유 500g이 생수 한 병보다 더 싸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나마 근근이 버티던 낙농가들은 유가공 업체가 우유 수매를 중단하거나 수매량을 축소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가공 업체들이 중국내 낙농가의 우유 수매를 꺼리는 이유는 국제 우유 가격 하락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경제제재에 맞서 서방의 우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세계적인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 돌파구로 찾은 곳이 중국 시장이다. 이러다보니 유가공업체는 원가 절감을 이유로 저가의 수입 우유를 선택하면서 우유 수입이 급증했다. 지난 2013년 18만 4천 톤에 불과하던 우유류 수입 물량은 지난해 32만 톤으로 74%나 늘었다. 유가공 업체들은 오히려 농가와의 기존 계약물량을 소화하느라 적자폭이 커졌다고 항변한다. 국제 원유(原乳)가격 폭락에 따른 우유 공급 과잉과 시장 수요 감소가 중국 원유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올들어 중국에 제 3차 유업파동 일어나

반면에 낙농가가 부담해야하는 사료비와 인건비는 오히려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면서 영세 낙농가들이 줄도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의 낙농가는 지난 2012년 기준으로 모두 205만 가구로 이 가운데 76%가 젖소 5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다. 수입이 줄면서 해마다 10만 가구 이상이 낙농을 포기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훨씬 더 많은 농가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농가들에게 잔인한 4월이 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이번 대규모 폐업사태를 '제3차 유업파동'으로 대서특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두 차례 큰 유업 파동을 겪었다. 1차 유업파동은 1992년에 닥쳤다. 당시 전국에서 젖소를 팔고 도축하는가 하면 우유를 버리는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젖소 사료가격이 제한을 받지 않고 전면적으로 풀어지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반면 원유 수매가격은 전국적으로 kg당 0.6-0.7 위안으로 통일하면서 낙농가들이 깊은 적자의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정부는 원유 수매 정가제를 포기했다.

2008년 멜라민 파동으로 구조 개혁 시작

이후 1995년부터 중국 유업은 다시 빠르게 발전했다. 유제품 소비 수요가 급속히 살아나면서 유제품 가공공장이 새로 건설되었고 젖소 사육두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도 젖소 사육을 적극 지원했다. 당시 "집에 젖소 1마리만 키우면 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집에 젖소 2마리만 있으면 결혼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집에 젖소 10마리가 있으면 결혼하고 집짓고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2003년부터 생산비는 점차 올라가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젖소 사육 농가들의 수익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제품 소비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유가공 업체의 원유 수매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낙농가들은 원유에 지방분, 단백질, 멜라민 등을 섞기 시작했다.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결국 2008년 9월 멜라민 분유 사태가 벌어졌고 신중국 수립 이후 제2차 유업파동이 나타났다. 당시 중국 정부는 원유 수매 기준을 제정하였고 보조금 정책을 통해 낙농가의 규모화와 표준화를 장려했다. 많은 소규모 농가들이 폐업했다.

'샤오취'로 모여드는 영세 낙농가

멜라민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지원으로 중국 낙농업이 소규모 낙농가 위주의 '백야드(Backyard,뒤뜰) 방식'에서 전업 기업화된 산업으로 급속히 개편됐다. 중국에서 현재 개별 소규모 농가들은 점차 소멸되거나 통합되고 있다. 원유 수매가 차별 정책으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요즘엔 '샤오취'(小區)라는 계약 농장으로 자신이 키우던 젖소를 자진해서 끌고 들어가고 있다. 이 '샤오취'는 유가공 업체의 요구에 맞춰서 젖소를 공동으로 사육 관리하고 표준화된 생산 방식에 따라 원유를 생산한다. 우유 품질이 균일하고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 농장 원유는 개별 농가 우유보다 25% 정도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십 개 농가들이 뭉쳐 외형적인 규모화를 실현한 것일 뿐 전문화된 규모화를 실현한 것은 아니다. 고품질 우유를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유가공 업체와 언제 수매 계약이 끊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중국 대형 유업체 직영 목장 설립 붐

현재 대형 유업체들이 풍부한 자본력을 가진 거대 자본과 결합하면서 잇따라 직영 목장을 확대하고 있다. 목장에서 우유 생산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안전한 고품질 유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한 예로 국영 기업인 농컨 그룹(農墾集團)은 치치하얼에 3천억 원을 투자해 대형 목장 9곳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호주에서 수입한 우량한 젖소들이다. 농컨 그룹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사육 두수를 10만 마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질 좋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 사료 업체에 농장 운영까지 맡겼다. 기술 전수를 받아 한국산에 버금가는 우유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유업체인 이리(伊利)와 멍뉴(蒙牛),광밍(光明乳業) 등도 이런 방식의 자체 직영 목장을 늘리고 있다. 멍뉴는 8개 직영목장에서 15만 마리의 젖소를 사육하고 있으며, 후이산(輝山) 유업도 30만 마리의 젖소를 직접 키우고 있다. 세계 10대 우유로 성장한 이리 그룹(伊利集團)은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투자한 윈펑 기금과 중신산업투자기금을 통해 20억 위안, 우리돈 3,5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축산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호주산 젖소 수입 급증...가격 급등

이처럼 대형 유업체들이 운영하는 직영 목장 바람이 불면서 해외의 우량한 젖소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해마다 15만 마리 이상의 젖소를 호주와 뉴질랜드, 우루과이, 루마니아 등으로부터 수입해 오고 있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 젖소는 물량이 달릴 정도로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산 젖소 수입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처럼 대형 유업체들이 직영목장에 뛰어들면서 원유 생산량도 크게 늘고 있다. 2000년 중국 원유 생산량이 918만 톤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 3,649만 톤으로 4배 정도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 하락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공급 과잉이 이번 3차 유업 파동의 가장 큰 배경이 됐다. 이번 유업위기를 통해 또 다시 수익이 낮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형 목장(사양두수 100두 전후)은 중국 유업 무대에서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빈자리는 대형 유업체들이 속속 채워나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유업은 대 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 대형 유업체는 멜라민 사태를 딛고 표준화, 규모화, 효율화, 생태화를 실현해 세계적인 우유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뉴질랜드 폰테라, 중국 목장 설립 확대중

중국 원유 생산 구조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중국 유업체 뿐만이 아니다. 다국적 유업체도 중국내 대규모 목장을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뉴질랜드 최대 유가공 기업 폰테라(Fonterra)사다. 폰테라사는 2007년에 허베이성(河北省) 탕산시(唐山市)에 제1호 목장을 건설한 뒤 현재까지 허베이성에 5개소의 목장을 설립했다. 또한 산시성(山西省)에 모두 5개소의 목장을 건설중에 있으며, 이중 현재 건설중인 3개소는 오는 8월에 가동할 예정이다. 폰테라사는 2020년까지 중국에 30개소의 목장을 건설해 연간 100만 킬로리터(㎘)의 원유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허베이성(河北省) 목장에서 사육되는 젖소는 모두 뉴질랜드에서 도입했고, 급여사료는 주로 옥수수 외에 양질의 미국산 알팔파를 먹이고 있다. 또한 젖소의 사양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도 뉴질랜드에서 직접 파견하고 있다. 이들 목장의 유성분 성적은 유지방이 4.1~4.2%, 유단백질이 3.5%로 2012년 중국 평균치보다 높다. 폰테라사는 현재 중국내에 독자적인 유제품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목장에서 생산된 원유는 이리(伊利)와 멍뉴(蒙牛), 광밍(光明) 등의 중국 유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정책을 유지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유제품 생산에 직접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업체들도 젖소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광활한 자연 환경과 드넓은 시장, 최근에는 거대 자본과 결합해 낙농 선진국 수준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중국 대형 유업체와 다국적 기업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로 인해 우유 가격은 하락하고 품질은 더욱 고급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 넘치는 우유는 분명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시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낙농업이 중국의 낙농가처럼 생존을 걱정해야할 날이 머지 않아 올지도 모른다.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큰 변화의 흐름을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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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균기자 (s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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