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않을 거예요, 패션

2015. 8. 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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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양윤정의 패션을 부탁해

"내 나이 믿어지세요?"(에스케이투(SK-Ⅱ) 광고 속 김희애의 대사) 피부 나이가 도통 믿어지지 않는 김희애를 우리는 10여년째 최고의 뷰티 아이콘으로 꼽고 있다. 매끈하고 촉촉하여 주름이라곤 없다. '메이크업 덕분이겠지', '연예인이니까 관리를 엄청나게 하겠지', '피부는 타고난다더라' 하면서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해도 볼 때마다 샘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흔여덟, 그녀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놀라움은 커질 따름이다.

동년배들이 범접할 수 없는 그녀의 피부는, 그보다 어린 나이인 나도 거울을 다시 보게 한다. 그러나 '뷰티의 김희애'와 패션은 어쩐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작품마다 이미지 변신을 해왔지만 김희애의 압도적인 연기력에 그녀의 패션 이슈는 묻혔고, 어떤 옷을 입어도 뿌리 깊이 '김희애식 우아함'이 존재했기 때문에 대중에겐 새롭지 않다는 착각을 주었다. 물기와 탄력을 가진 그녀의 피부는 일반인들의 로망이었지만 그녀의 패션은 '완판녀' 대열에 들어서기엔 좀 부족했다.

그러던 김희애 패션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밀회>에서다. 배경과 나이 설정 모두에서 파격적인 사랑을 다룬 이야기였던 만큼 매회 많은 이슈를 낳았고 김희애의 패션도 새롭게 주목받았다. 그 안에서 가장 특별했던 것은 '라운지 룩'이었다. 그간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우아한 여자는 집에서도 놓치지 않는다'는 새로운 공식을 보여줬다. 신선했고 영리했다. 혹자는 그마저도 우아함의 별책부록 같은 느낌이라고 보기도 했지만, 실상 그것은 변화의 서막이었다.

그녀가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미세스 캅>에서 여형사 역으로 컴백한다는 기사를 보고 나는 그녀가 전형적인 경찰 복장, 즉 송강호식 '잠바 룩'의 여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라이더 재킷과 스니커즈를 착장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날렵하고 활동적이며 강인한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는 좋지만, 너무 전형적이라 일체의 존재감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김희애의 선택은 '아줌마 놈코어'였다. 엄마이자 경찰이라는 교집합을 표현하기에 딱인 스타일이다. 입기 편하고, 활동하기 좋으면서도 면소재가 주는 친절함(이랄까 따뜻함이랄까)이 배어 있는 스타일링을 선택했다. 게다가 '국방색'이라 부르는 짙은 녹색 의상을 입어, 경찰의 강인함마저도 놓치지 않았다. 캐릭터에 제대로 부합하면서도 지금의 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덕분에 고준희 이후 신선한 패셔니스타가 탄생하지 않아 답답했던 패션 시장에서 김희애는 지금 가장 협찬하고 싶은 배우로 꼽히고 있다. 일반인들도 입고 싶은 바로 그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더 놀라운 점은, 김희애의 '아줌마 놈코어 룩'이 그녀를 생물학적 나이보다 더 젊게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꿀피부와 동안, 둘을 모두 가진 그녀는 카키색의 캐주얼한 셔츠와 무채색 면소재 바지, 심플한 슬립온을 선택해 30대 중반 정도로 나이를 덜어냈다. 요즘은 '예쁘다'보다 '어려 보인다'가 더 큰 찬사다. 사람들은 '마인드 에이지'(mind age), 즉 실제 나이에 0.7을 곱한 심리적 나이처럼 보이려 노력한다. 40~50대 여성복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손예진과 고준희 등 30대 초중반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김희애는 '아줌마 놈코어 룩'을 통해 중년인데도 같은 또래 한국 여성들의 로망이자 이상형이 됐다. '뷰티의 김희애'는 비로소 '패션의 김희애'로 또다시 성공했다.

양윤정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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