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코리아 세일 페스타' 미스터리

최지영 2016. 9. 2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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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29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열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얘기다.

일단 참여 업체들은 많이 끌어모았다. 분양가 7억원 아파트와 노후자금 4억원, 합쳐서 7억원을 주는 경품(롯데백화점)도 등장했다. 가전업체(LG전자)가 100만원을 내린 한정판 세탁기까지 내놨고, 자동차도 최대 388만원 싸게 파는 제품까지 있으니 나름 매력 있는 제품 라인업이 잘 갖춰졌다. 급기야 온 국민의 필수품인 휴대전화까지 이 기간 할인한다는 소식이 28일 나왔다. “볼 것 없고, 살 것 없다”는 혹평을 받았던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그랜드 세일)’보다는 확실히 진화했다. 지난해의 혹평을 의식해 민·관이 합동으로 미리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쇼핑 축제가 누구를 겨냥한 것이냐”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행사 내용과 세일 품목은 내국인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외 관광객을 위한 숙박 할인에 참여한 호텔은 영문 홈페이지에 쿠폰을 올린 호텔 기준으로, 수많은 국내 호텔 중 25개가 고작이다. 음식점은 더 적어 5곳에 그쳤다.

‘미리미리 준비’의 대부분은 참여 업체를 끌어모으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는 것에만 맞춰졌다. 익명을 요구한 관광업체 관계자는 “세일 폭과 참여 업체가 막판에 확정된 데다 해외 홍보도 적어 이 행사에 맞춰 쇼핑을 하기 위해 한국행을 계획한 해외 관광객은 많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한다. “우리 백화점 세일 품목이야 평소 우리가 자체 가동하는 일본·중국 마케팅 채널을 이용해 알리고 있지만, 전체 축제 내용에 대한 해외 홍보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어서 아쉽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너무 조용하다. 비투비·백지영·홍수아 등이 나오는 페이스북 홍보 동영상은 한국어로만 돼 있고 28일 현재 185명이 봤다. 빅스와 레드벨벳이 등장하는 30일의 개막공연 티저 동영상도 유튜브에서 28일 현재 412회의 조회 수가 고작이다.

다른 세일 기간에 살 물건을 당겨서 이번에 구매하는 식의 내국인 소비만 촉진한다면 국내 최대 관광·쇼핑 축제라는 타이틀이 너무 아깝다. 한국에 오면 어차피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의 쇼핑에 여념이 없는 유커들이 세일 기간 “어, 싼데” 하며 좀 더 사갔다고 외국인 구매가 늘었다는 집계를 낸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다.

내년엔 “쇼핑 축제에 맞춰 한국에 가보자”는 외국인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기 바란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이때에 맞춰 한국 방문을 미리 계획할 수 있게 해 달라. 그래야 순수 민간 주도가 아닌 관이 주관 기관으로 참여하는 데 대한 명분이 선다(사실 상당수 기업들은 관의 독려로 참여하고 있다). 국가대표 축제 알리기는 쇼핑에 참여하는 개별 기업이 아닌 정부 측에서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최 지 영
산업부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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