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정부, 그대 이름은 아마추어

강갑생 2016. 7. 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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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피플앤이슈 부장

한 달이 조금 지났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남권 신공항 논란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게 말이다. 현 정부에서 보기 드물게 잘한 결정이란 칭찬이 많았다. 그런데 추진 과정을 보면서 꼭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다. ‘김해 신공항’이란 용어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아마도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란 대선 공약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또 4조원이 넘는 엄청난 사업비가 투입되다 보니 그걸 강조한 측면도 일부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용역 결과 발표 다음날 ‘김해 신공항’이란 단어를 썼다. 이후 정부 관계자들이 같은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물론이다.

바로 이 부분이 아쉽다. 밀양이나 가덕도 대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을 때 여론은 꽤 호의적이었다. 평소 정부 비판으로 도배되던 포털 게시판마저 긍정적인 글이 다수였을 정도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가 ‘김해 신공항’이란 용어를 쓰면서 적지 않은 비판이 나왔다. 기존 공항을 더 크게 짓는 사업을 두고 신공항이라 칭하는 게 부적절하단 반응이었다. 특히 신공항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대구·경북이나 부산 지역 주민들에겐 더욱 화를 돋우는 표현이었다. 흔히 하는 말로 ‘사서 욕을 먹은 셈’이다. 기존 노선의 상당 부분을 지하화해 사실상 새로운 철도로 바꾼 ‘경의선’도 ‘신경의선’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중앙선과 연결해 ‘경의중앙선’이라고 부를 뿐이다. 정히 신공항이란 단어를 쓰고 싶었다면 ‘신공항급 확장’이면 족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불필요한 비판을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11일 대구공항·K2 공군기지 통합이전 추진 발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선 시점이 오해를 사기 딱 좋다. 밀양 신공항이 무산된 지 20여 일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또 비슷한 처지인 광주와 수원을 제쳐 두고 왜 대구 공군기지 이전을 먼저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신공항 유치 무산으로 끓고 있는 TK 지역 민심 달래기 차원이란 정치적 해석이 지배적인 건 너무 당연하다.

이 사안은 정책 홍보도 낙제점이지만 교통정책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현재 대구공항의 최대 경쟁력은 접근성이다. 연간 200만 명 넘는 수요를 예측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 대구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도 그 경쟁력이 유지될까. “대구공항은 사실 옮길 이유가 없다. 군 기지를 이전한다니까 할 수 없이 따라가는 거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의 말에 답이 있다. 자칫 대구공항 이용객을 김해나 서울로 뺏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 한창 시끄러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부지 선정과 주민 설득 과정도 어설프긴 마찬가지다. 정말 아마추어스럽다. 그러다 보니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 국민은 오랜 세월, 여러 정권을 거치며 노련한 프로의 눈으로 정책을 바라본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부를 기대하는 건 너무 무리일까.

강갑생 피플앤이슈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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