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먼지 나는 미세먼지 대책

조민근 입력 2016. 6. 1. 00:51 수정 2016. 6. 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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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경제부문 차장

대통령의 지시가 관료들에게 주는 중압감은 크다. 기업이라면 오너 회장의 지시가 사업부서에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해법을 고민할 시간도, 능력도 없을 때 흔히 벌어지는 일이 있다. ‘공 떠넘기기’, 그리고 편리한 희생양 찾기다. 그 과정에서 대증요법이 횡행하고 정책 방향도 돌변하기 일쑤다. 대통령의 미세먼지 ‘특단 대책’ 주문이 떨어진 세종 관가의 풍경이 꼭 그렇다.

이래저래 궁한 처지에 몰린 환경부가 선공에 나섰다. 경유 차 세금 인상론을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던졌다. 경유 소비를 줄이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고 그러자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노련한 기재부가 쉽게 넘어갈 리 없다. “경유 값 인상은 해법이 아니다. 그래도 꼭 올리고 싶다면 세금 대신 (환경부 관할인)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라”며 받아쳤다. 사실 세금이든, 부담금이든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오른다는 점에서 별다를 게 없다. 어쨌든 반발이 불가피한데 그 부담을 누가 지느냐를 놓고 핑퐁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방안들이 당장 실행하자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정권이 바뀐 뒤인 2018년 이후 스케줄이 잡혀 있다. 실제 부담은 다음 정권에 떠넘기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의미다.

편리한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는 것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이번에 찍힌 건 경유 차다. 하지만 가격을 올렸을 때 어느 정도 대기 질 개선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를 측정한 시뮬레이션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란 관계자의 말에서 선후가 어떻게 바뀌어 있는지 드러난다.

사실 화물차의 경우 경유 값이 오르더라도 유가 보조금이 따라 올라가니 큰 영향이 없다. 부담을 떠안는 건 승용차다. 상당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등 정부의 장려책에 고무돼 ‘클린’ 디젤차를 산 운전자다. 냉·온탕 정책에 소비자가 휘둘리는 건 4~5년 전 전력난 때와 판박이다. 당시엔 값싼 전기요금과 정부의 장려책에 급속히 늘어난 ‘시스템 에어컨’이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진지한 반성과 해명을 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그럴 듯한 외양 뒤에 감춰진 인간의 위선과 이기심, 즉 ‘찌질함’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미세먼지 종합대책’이란 이름 아래 벌어진 먼지 나는 소동도 한 꺼풀 들춰보면 그 ‘관가 판(版)’에 다름없다. 조급함에다 부처 간 면피 경쟁이 겹치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부처끼리 합의하더라도 국회가 법을 개정해줄지, 차기 정권에서 그대로 시행할지 역시 미지수다. 그때 가서 다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반복할 것인가.

조민근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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