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강진의 손학규에게 묻고 싶은 것들

서승욱 2016. 5. 2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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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102일 만에 돌아온 서울이었다. 서울역에서 그가 외쳤다. “오늘은 끝이 아니다. 민심의 바다로 가는 또 다른 대장정의 시작이다.” 2006년 10월 9일 주인공은 한나라당 소속 손학규(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전 경기지사다. ‘100일 민심 대장정’이란 제목의 손학규판 ‘체험 삶의 현장’, 당내 대선 후보 경쟁에서 이명박·박근혜 ‘빅2’에 밀렸던 그가 던진 승부수였다. 그는 “현장에서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버스로, 택시로, 때론 걸어서 1만2475㎞를 이동했다. 제빵사·광부·농부·용접공·염색공·지게차 운전사 등 93개 직업을 체험했다. 참모들은 그가 서울로 돌아오는 날을 대반전의 D데이로 꼽았다.

하지만 TV 메인 뉴스나 조간신문 주요 지면에 손학규는 없었다. ‘10월 9일의 비극’이었다. 그가 서울역에 도착하기 전 북한은 제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한반도를 핵 공포로 몰아넣은 메가톤급 사건 앞에 손학규의 서울행은 뉴스 가치에서 밀렸다. “100일간 죽을 고생을 했는데 기자들까지 없으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싶었다. 언론사마다 전화를 걸어 ‘기사는 안 내도 좋으니 기자라도 서울역에 보내달라’고 했다.” 당시 공보특보의 회상이다.

이 사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에겐 ‘불운의 황태자’란 말이 늘 따라다녔다. “능력에 비해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콘텐트는 최고인데 세월을 잘못 만났다”는 평가들이다. “서울에 비해 경기도는 지역민의 일체감이나 이슈의 폭발성이 떨어진다. 경기지사는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라는 의미에서 ‘경기지사의 저주’라는 말도 생겨났다.

2007년 3월 한나라당 탈당은 가장 큰 도박이었다.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지사로, 대선 후보로 14년간 몸담았던 보수정당을 떠나 진보정계에 투신했다. 탈당 10여 일 전까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내 목적이고 역할”이라고 했던 그의 변신을 한나라당은 ‘변절’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새 정치 질서를 만들겠다”며 당을 떠났다.

대통령이 됐느냐, 대통령 후보가 됐느냐로 정치 인생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07년과 2012년, 국민과 당원의 선택은 그가 아니었다. 단 한 번도 본선 링에 서지 못했고 공언했던 ‘새 정치 질서’도 아직은 미완성이다. ‘손학규 정치’가 꽃을 피우지 못한 이유를 아직도 ‘불운’이나 ‘세월을 잘못 만난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정계 은퇴 후 강진에 칩거해 온 그가 최근 “새판짜기에 앞장서겠다”며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9년 전 탈당 때보다 이번 복귀는 더 신중한 고민의 결과여야 한다. 1년10개월 전 왜 훌쩍 떠났고 왜 지금 돌아오는지, 새판의 주인공은 왜 손학규여야 하는지, 떠날 때의 손학규와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확실히 답해야 한다. 강진 칩거를 ‘깜짝 복귀를 위한 은퇴 코스프레’쯤으로 여기는 국민들까지 박수를 칠 수 있도록.

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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