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수영 선행학습 바람의 '유감'

김창규 2016. 5. 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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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요즘 동네 수영장은 어린이 강습생으로 북적인다. 수영에서도 ‘선행 학습’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스포츠센터는 앞다퉈 맞춤 프로그램을 대폭 늘리며 학부모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수영이 초등 교육과정에 포함된 걸 아십니까?” “수영도 조기 교육이 필요합니다” 등 학부모가 혹할 만한 다양한 문구를 동원한다.

이렇게 선행학습 바람이 불고 있는 건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이론 위주였던 초등학교 수영 교육을 실기 중심으로 바꾸고 대상도 3학년에서 3~6학년으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생존 수영’을 익혀야 한다는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수영 강좌가 쏟아지고 수영을 배우는 어린이도 크게 늘고 있지만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수영장에서는 수십 년째 똑같은 프로그램만 반복하고 있다. 자유형·배영·평형·접영·턴 동작·스타트 등…. 수상 안전 교육보다는 수영 단계에 따른 영법(Skills)에만 중점을 둔다.

크고 작은 해양 사고를 겪은 주요 선진국은 수영 강습 때 ‘안전(Water Safety)’ 교육을 빼놓지 않는다. 예컨대 캐나다의 경우 초등학생은 수영 실력에 따라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강습을 받는다. 안전교육에는 스스로 물에서 살아남는 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구할 때 사용하는 영법까지 포함돼 있다. 수영 잘하는 방법만 가르치는 한국과 교육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1단계에서는 얕은 물에 들어갔다 나오고 구명조끼 활용하는 정도의 교육을 받는다. 4~5단계가 되면 응급 시 911 등에 연락하는 방법, 물에 오랫동안 힘들이지 않고 떠 있는 방법 등을, 7~8단계에선 기도가 막힌 사람 구하는 방법, 구조도구 이용하는 법, 저체온증에 대응하는 법 등을 익힌다. 대신 수상 안전과는 크게 상관없는 접영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어린이에게 수영은 물에서 즐기는 놀이일 뿐 아니라 물에서 살아남는 도구라는 인식을 자연스레 심어준다. 캐나다는 이런 안전 교육 덕에 최근 10년 새 5~12세 어린이 익사자가 30%가량 줄었다.

전문가는 단순히 수영 방법만 배워서는 실제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바다나 강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잔잔한 물에서 물안경을 쓰고 수영하는 수영장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영을 익힌 어린이라도 바다나 강에서 조금만 파도 치면 당황하거나 허둥댈 수밖에 없다. 수영 강습 때 자유형·평형 등 영법뿐만 아니라 물에서 오랫동안 버티기 등 안전 교육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선진국처럼 수영 강습에 안전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안전 의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는다면 크고 작은 해양사고도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초등학생에게 연간 배정된 2시간의 ‘생존 수영’ 교육만으론 큰 사고 때 생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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