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선도적 규제도 경쟁력이다

김원배 입력 2016. 2. 12. 00:36 수정 2016. 2. 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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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경제부문 차장

“우리나라는 법이나 규제를 만들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가 없어요. 빨리 드론(무인기)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해 통화했던 드론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규제를 없애라고 할 줄 알았는데, 뭐라도 만들어 달라고 했던 그의 얘기가 쉽게 잊히지 않았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무(無) 규제’란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령에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했다가는 나중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융합 서비스인 O2O(Online to Offline) 분야도 해당 업체가 조금 커진다 싶으면 어려움을 겪는다. 심야에 스마트폰 앱으로 버스를 부르는 ‘콜버스’ 서비스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차세대 먹거리 산업 육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지만 국내 규제 환경은 창의적 도전을 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들어보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산업의 성장을 막는 낡은 규제가 있다는 것과 새로 적용할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면 되지만 필요한 규율은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일정한 지역에서 드론을 자유롭게 날릴 수 있는 ‘규제 프리존’이 설치된다고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무언가 기준이 필요하다. 바이오·의약산업 같이 건강이나 안전 문제가 있는 분야는 기준을 만들기가 더 어렵다. 전통산업 쪽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선진국이라고 해도 신산업의 등장엔 진통이 따른다. 그런 상황에서 필요한 제도나 규제를 빨리 도입할 수 있는 것은 그 나라의 경쟁력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이달 초 경제부처 장관들을 만나 “새로운 산업의 출발점부터 경쟁국들에 뒤지지 않게 (제도·법규의) 설계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프랑스는 2012년 드론법을 만들었고 일본도 지난해 말 드론 비행을 위해 항공법을 개정했다. 한국은 이제 논의 중이다. “일단 구체적 위험이 없으면 제한 없이 신사업을 하도록 하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김태윤 교수의 얘기다.

 새 제도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업계나 이해 관계자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해외 입법 사례도 참고하는 게 안전하다. 그러나 이렇게 해선 신산업을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제도나 법규를 빨리 못 만들까. 국회나 정부의 역량이 부족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빠르게 변하는 기술 흐름을 부처 공무원이 바로 따라가긴 쉽지 않다. 만일 쉽게 허용을 해줬다 문제라도 생기면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이젠 정부가 규제개혁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속도감 있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김원배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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