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집으로 가는 길

박신홍 2016. 2. 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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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홍 사회부문 차장

집으로 가는 길은 늘 설렜다. 명절 때는 특히 그랬다. 부모·형제를 만난다는 기쁨에, 어릴 적 살던 집을 다시 찾는 즐거움에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가곤 했다. 명절 때뿐인가. 매일 직장에서, 학교에서, 시장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할 때면 단칸방이라도 마음만은 푸근했다. 때론 싸우고 때론 부대꼈지만 그래도 늘 온기가 넘치던 곳이 우리네 집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고향집에 가도 자녀들 취직·결혼 얘기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일쑤다. 뵐 때마다 쇠약해진 부모님을 뒤로하는 귀경길 발걸음도 무겁기만 하다. 그렇다고 일상의 집으로 가는 길이 마냥 반가운 것도 아니다. 마음속 든든한 안식처에서 그저 잠만 자는 공간으로 바뀐 지 오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홀로 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 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의 21.3%에 달했다. 2010년 15.8%보다 크게 늘었다. 혼자 아침식사를 하는 ‘혼밥족’도 29%나 됐다. 5명 중 한 명은 늦은 밤 컴컴한 집에 들어가 직접 불을 켜고 냉장고 문을 여는데, 이들에게 전통적인 가정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집에 가족이 있다고 상황이 나은 건 아니다. 사실 집에 반겨 주는 사람 한 명 없어도 마음 편할 수 있고, 아무리 식구가 많아도 외톨이 신세일 수 있다. 여가부 조사 결과 부부의 30.9%는 하루 30분도 대화하지 않았다. 10명 중 3명은 “밥 먹었나” “별일 없나” 외엔 말을 섞지 않는 셈이다. 2010년엔 17.5%였으니 5년 새 집안이 훨씬 삭막해졌다.

도시 거주민은 하나가 추가된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6.4%였다. 대화도, 식사도 함께하지 않는 집으로 가는 길이 기다려질 리 만무하다. 그 와중에 초등학생 자녀 3명 중 한 명(37%)은 방과후 최소 한 시간 이상 집에 홀로 남겨지고 있었다. 한부모 자녀의 경우 64%로 수치가 뛰었다. 2시간 이상도 절반에 가까운 48%였다.

늘 바쁘기만 한 아빠는 집에 가도 낙이 없으니 사무실을 나와 술집으로 향하고, 아이는 하교 후 학원과 패스트푸드점을 정신없이 떠돌며, 엄마는 텅 빈 집을 나와 자녀들을 학원에 바래다주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는 게 우리네 모습이다. 한 해 자살자 1만3800여 명에 38분마다 한 명씩 목숨을 끊는 현실도 이런 가정 해체와 무관치 않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최근 인면수심 부모의 잇단 아동학대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그래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집안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집 밖에서의 성공과 영화도 모두 사상누각일 뿐이다. 전도연·고수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주인공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했던가. 지금 우리에게도 이렇게 가고 싶은 집이 존재하는가.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한번 진지하게 자문해 보자. 집으로 가는 나의 길은 과연 편안한가.

박신홍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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