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교육감도 있다

중앙일보

강갑생사회부문 차장 2010년 5월 어느 날 저녁으로 기억된다. 6·2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얼마 안 남긴 시점이었다. 서울시청 부근 한 음식점 화장실에서 목격했다. 30대 회사원이 직장 상사의 팔을 꼭 붙잡고는 호소했다. "부장님, 꼭 ○○○ 후보 찍으세요. 그러면 대한민국 교육이 확 달라질 겁니다." 그는 뒤이어 들어온 동료에게도 거듭 같은 당부를 했다. 보기 드문 화장실 선거운동이었다. 선거 결과 그가 지지를 호소한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그 교육감은 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이 확정돼 낙마했다.

 지금 낙마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무관심을 말하려는 거다. 당시 선거에서도 누가 시장, 도지사가 될지가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서울교육감 선거는 후보자도 많은 데다 지방선거 이슈에 밀려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깜깜이 선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유권자들이 이렇다 할 정보도 없이 표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란 의미였다. 하지만 그땐 화장실 선거운동 같은 열정을 간혹 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꼭 지지해야만 한다는 확신과 믿음을 풍기는 이들을 발견한 적도 있다.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이번 서울교육감 재선거도 '깜깜이 선거'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난번 선거보다 더 주목을 못 받고 있다. 주변에서 "서울교육감 후보가 누군지, 공약이 뭔지 도통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렇게 된 건 무엇보다 대선 때문이다. '블랙홀'처럼 대선 정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로서는 "아무리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을 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들도 잘한 건 별로 없다. 눈에 띄는 공약을 별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 달여 전 곽 교육감의 낙마로 인해 교육감 출마 준비기간이 짧기는 했더라도 말이다. 주요 후보들의 홈페이지를 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유권자 입장에서 후보들 탓만 하고 말아야 할까. 결단코 아니다. 안 된다. 서울교육감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가 필요 없을 정도다. 서울시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2206곳, 학생 126만 명, 교원 8만 명을 관할하는 말 그대로 서울 교육의 수장이다. 잘 몰라서, 특정 이념에만 기대서 찍은 교육감들의 폐해는 익히 경험했다. 공정택·곽노현 두 교육감 얘기다. 부정부패로 교육계가 흔들렸고 이념 편향성이 가미된 정책으로 또 혼란을 빚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일부러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사나 홈페이지에서 후보별 공약과 정책을 찾아보자. 그들이 살아온 삶도 검색해보자. 6일 진행되는 TV 합동토론회도 지켜보자. 그런 뒤에 서울 교육을 맡길 만하다고 판단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자.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뜨겁다는 사실을 후보들에게 보여줘야만 한다. 그래야 누가 교육감이 되든 유권자의 눈길을 의식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펴게 된다. 교육이 살고 학부모와 학생이 편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강갑생 기자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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