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배상금이 아니라 치유금이라고?

유지혜 2016. 6. 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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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준비위원회가 31일 출범했다. 한·일 정부가 지난해 12·28 합의를 한 지 5개월 만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태현(66)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의 발언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의 성격에 대해 “치유금이지 배상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정부는 12·28 합의 직후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일본 지도자가 사죄하고, 일본 정부 예산을 투입해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건 사실상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의 성격이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강변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조해 온 ‘사실상 배상금’과 김 위원장이 언급한 ‘치유금’ 사이의 간극은 하늘과 땅만큼 크다.

지난해 말 합의를 발표하기 전까지 정부는 일본의 반대로 ‘국가의 법적 책임 인정에 따른 배상금 지급’이란 용어를 관철하지 못했다. 거꾸로 일본이 요구한 ‘위로금’이나 ‘보상금’은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1년8개월의 줄다리기 끝에 ‘사실상 법적 배상금’으로 이해할 수 있는 회색 지대의 문구에 합의한 게 12·28 합의다.

그런데 정작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재단의 설립준비위원장이 배상금이 아니라고 못 박은 것이다. 돌출 발언에 놀란 외교부 당국자가 급히 귀엣말을 한 뒤 김 위원장은 “좀 전에 단호하게 이야기했지만 배상금이 아니란 부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겠다”고 정정했다.

오후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 ‘2라운드’가 이어졌다. 정부도 10억 엔을 ‘치유금’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조 대변인은 “10억 엔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표명하고, 사죄와 반성하는 입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이행조치란 점에 의의가 있다. 일본 정부가 자금을 출연하는 의미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하실 것으로 생각된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부정할 수도 없는 난감함이 담겨 있었다.

이날 논란이 김 위원장의 이해 부족에서 생긴 일이라면 불행 중 다행이랄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의 명확한 법적 책임 인정이 없다”며 12·28 합의 무효화를 주장해 온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을 생각하면 긁어 부스럼이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중 “할머니들의 말씀을 하나하나 새겨들으며 한 분 한 분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한 분 한 분’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여야 한다. 10억 엔의 성격을 둘러싼 ‘우리끼리’의 혼선은 그래서 결코 유쾌하지 않다.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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