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 CEO로 기억되려면

이태경 2016. 5.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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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이요? 산업은행 대리인 아닌가요? 큰 기대하지 않습니다.”

한 대우조선 채권은행 담당자가 정 사장에 대해 내린 평가다. 정 사장의 역할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요할거라는 생각에 한 질문이었지만 돌아온 건 단답형의 부정적 답변이었다. “너무 단정적인 것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이 담당자는 “그간 정 사장의 이력을 보면 내 평가를 선입견으로만 볼 순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정 사장은 산은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만 세 번째일 정도로 산은과 인연이 깊다. 1981년 대우조선에 입사한 그는 2000년 대우조선이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5년간(2001~2006년) 대우조선 사장을 역임했다. 정치권과 정부, 산은이 본격적으로 대우조선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낸 시기였다. 대우조선이 ‘낙하산 놀이터’라는 오명을 쓰게 된 데 대한 책임으로부터 그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그는 2013년 산은이 대주주가 된 STX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이사로 다시 선택 받았다. 산은은 STX조선 정상화를 위해 4조5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했다. 정 사장도 “중형 선박 중심으로 특화하겠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지난해 5월 대우조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임기 1년6개월만에 물러났다. 정 사장이 물러난 지 1년만에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걸 감안하면 STX조선 정상화 실패에 대한 책임도 작지 않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평가는 좀 다르다. 정 사장은 최고의 영업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대우조선 CEO를 처음 맡았던 2001~2006년 실적개선을 이끈데다 STX조선 CEO를 맡은 2014년에도 유조선 24척을 수주하며 영업손실을 전년보다 크게 줄였다. 지난해 대우조선의 5조원대 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하는 결단력도 보였다. 대우조선을 살릴 수 있는 구원투수로서의 실력도 보여준 셈이다.

지금은 정부·정치권·산은 모두 과거 대우조선에 대한 관치와 낙하산 책임론 때문에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때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정 사장이 자신의 경영철학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 사장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커진다. 재무구조로 기업의 생사를 판단하는 은행원이 30여 년간 거제조선소의 도크에서 잔뼈가 굵은 선박건조 전문가보다 대우조선을 잘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CEO로서 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훗날 역사는 그를 산은 대리인이 아닌 대우조선 CEO로 기억할 것이다.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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