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묘약인가 독인가

김기찬 2016. 5. 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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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올 들어 청년실업률이 12%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이다. 체감 실업률은 이미 20%를 넘어섰다. 사상 최악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이 문제의 해법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두고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총선에서 일제히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기업 정원의 3~5%를 청년으로 채우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33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추산을 곁들여서다.

정부는 아연실색이다. “시장을 법적 규제로 풀려는 발상은 포퓰리즘”이라는 거다. 더욱이 능력도 아니고,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특혜를 주는 건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여성과 장년층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도 지적한다.

청년의무고용할당제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적용하고 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4대 5로 위헌 의견이 다수였지만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도 사실상 정부 예산으로 인건비를 주는 공공부문에 한해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민간부문에 강제하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뜻이다. 그나마 적용대상 393개소 가운데 102개소는 의무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전체 정원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의무고용률을 지키려면 일하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꾀해야 할 상황에서 정원을 늘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 민간 경제사정도 딱 그렇다. 구조조정기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시기다. 기업이 쓰러지면 일자리 창출 기회조차 사라진다.

물론 선진국에 이런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벨기에가 2000년 도입했다. 로제타 플랜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자 20% 안팎이던 청년실업률이 17.5%로 떨어졌다. 그러나 반짝 효과였다. 그나마 상당수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 기업이 할당인원만 채웠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시행 3년 만인 2003년 다시 21.7%로 치솟았다. 결국 폐기됐다.

새 피가 고용시장에 수혈되지 않으면 경제활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걸 모르는 기업이나 근로자는 없다. 하지만 강제할당제는 활력을 떨어뜨리고 차별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 단기효과를 노리는 정치인에겐 달콤한 묘약일지 모르지만 장기 레이스인 경제에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한국경제는 산소호흡기를 끼기 직전이다. 후유증이 보이는 정책을 만지작거리기보다 장기적인 개혁 마인드로 시장의 활력을 꾀하는 게 우선인 시기다. 눈앞의 여론 매출을 노리고 출혈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 이러다 그나마 남은 일자리 도크까지 비지 않을지 걱정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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