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더민주 채무 탕감 공약, 돈은 누가 대나

이태경 2016. 5.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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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정부가 빚을 탕감해주면 앞으로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겁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공약인 ‘장기 소액 채무(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탕감 추진안’에 대해 내놓은 반응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연 출입기자 대상 업무설명회에서 한 얘기다. 캠코는 박근혜정부의 채무감면 프로젝트인 국민행복기금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행복기금은 2013년 2월 기준으로 1억원 이하 채무를 6개월 이상 연체자 49만명의 대출원금을 30~70% 깎아줬다.

캠코가 우려하는 건 총선에서 승리한 더민주당이 공약 실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민병두 의원이 더민주당 원내대표 출사표로 이 공약 추진을 내걸었다. 공약의 모태는 더민주 비례대표 9번 제윤경 당선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비영리 시민단체 ‘주빌리은행(Rolling Jubilee)’이다. 이 곳은 장기채무자의 연체 채권을 대부업체로부터 원금의 5%에 사들이거나 기부를 받은 뒤 없애버린다. 자체 집계 결과 2014년 출범 이래 2년간 4486명의 빚 1474억원을 탕감했다.

여기까지는 자율적인 시민운동의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채무 탕감의 주체가 정부로 바뀌면 시민단체가 주도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시민의 자발적인 후원이 아니라 국민 혈세로 개인의 빚을 탕감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대출자는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 재원 문제도 만만치 않다. 캠코에 따르면 채무재조정자 49만명 중 41만명이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채무자다. 이들의 빚은1조8000억원으로 매입 자금만 1000억원이 들어갔다.

물론 정부도 할 말은 없다.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을 정권 출범과 동시에 설립한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민주당의 채무 탕감 공약이 정당화될 순 없다. 이 정책이 실행되면 국민은 행복기금보다 더 큰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빚 탕감 정책은 역대 정권마다 내놓았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일자리 연계 같은 근본 해결책 없이 내놓은 탓에 채무불이행자 숫자는 줄지 않았다. 더민주당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중장기적으로 정교한 채무불이행자 지원책을 연구해 내년 대선 공약으로 내놓는 게 낫다. 그나마 민간 운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주빌리은행마저 정치논리에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면.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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