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무료 장의차'는 진짜 무료여야 한다

손국희 2016. 2. 1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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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국희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저소득 유족의 고통을 경감하고 위로하기 위해 장의차를 무료로 지원해드립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무료 장의차’ 제도의 홍보 문구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이에 준하는 저소득층 주민,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를 대상으로 발인 장소에서 화장장까지 무료로 왕복 버스를 지원해준다. 경쟁 입찰을 통해 장의차 업체를 선정하고 건당 9만7500원가량의 비용을 적십자사에서 전액 부담한다. 장례 비용이 버거운 처지에 놓인 저소득 시민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무료 장의차 이용자들의 얘기는 달랐다. “아버님 장례식인데 비용 걱정 때문에 한숨도 못 잤어요. 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무료로 장의차를 지원해준다는 걸 알고 서둘러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좁아 가족들이 다 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큰 버스가 없느냐고 했더니 요금을 내야 한다고 해서 돈을 냈습니다. 씁쓸했습니다.“(40대 기초생활수급자 A씨)

 적십자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약 5개월간 서른다섯 가정이 대행 업체 측에 추가 요금을 내고 장의차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의 버스(실 탑승 인원 16인)가 좁다는 유족의 지적이 있을 경우 업체 측에서 45인승 버스로 교체해주며 25만원가량의 추가 요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고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업체에선 “유족이 먼저 요청했다. 강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적십자사는 “업체의 부당한 금품 요구나 불친절 등에 대해선 민원을 받고 있지만 유족의 요청에 의한 버스 변경에 대해선 개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적십자사의 내부 문건에 적혀 있는 ‘무료 장의차 운행 과업’ 지침을 살펴보니 “중형 버스(25인승 이하) 8대로 운영하되, 중형버스가 부족할 경우 동일한 가격에 대형 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다. 대형 버스 제공을 이유로 추가 금액을 받는 건 ‘부당한 요구’임이 분명하다.

 무료 장의차 사업은 일부 장의차 업체들 사이에서 ‘꿀단지’로 알려지면서 입찰을 둘러싼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달 평균 120건의 운행을 보장받을 수 있고 별도로 돈까지 받을 수 있으니 그럴 만하다. 지난해 5월의 입찰 과정에서 ‘기준이 잘못 명시됐다’는 이유로 공고가 다시 나가면서 다른 업체로 사업권이 넘어가 잡음이 일기도 했다.

 꼭 필요한 좋은 사업이 이런 일들로 얼룩져 있다. 말로만 무료라고 생색내는 제도에 그치지 않으려면 웃돈 요구의 나쁜 관행을 바로잡고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유족의 고통을 경감하고 위로하는’ 일이다.

손국희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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