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2G 쓰는 474만명 불편 눈감은 정부

전영선 2016. 2. 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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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경제부문 기자

화성에 남겨진 우주비행사가 요령껏 적응해 나가는 영화 ‘마션’을 떠올렸다면 과도한 감정 투영일까. ‘010 통합 반대 운동본부’, 그러니까 01X 사용자들의 인터넷 모임을 둘러본 감상이다. 이곳엔 011·016·017·018·019 번호를 쓰는 2세대(2G) 서비스 가입자가 LTE(4G) 시대를 견디는 법이 망라돼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2G 서비스 가입자는 474만 명이다. 이 중 126만7000명이 01X 번호를 쓰고 있다.

 이들이 굳이 멸종 위기의 번호를 유지하는 사연은 다양하다. ▶생계 때문에 번호를 바꿀 수 없어서 ▶요금이 저렴해서 ▶오래 쓴 번호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어서 ▶구형 2G 폴더폰을 좋아해서 등. 2G 폰을 여러 개 사놓고 단종에 대비하는 회원, 해외용 삼성 갤럭시S5를 구해 ‘2G 스마트폰’으로 튜닝해 쓰는 방법을 전하는 재주꾼 들이 여기서 소통한다.

 이들을 뭉치게 하는 가장 강한 동력은 정부 통신 정책에 대한 불신과 이통사에 대한 냉소다. 회원들은 2007년 결집한 이후 만만치 않은 내공을 다져왔다. 2011년 2G 서비스를 종료한 KT와 소송을 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패소했다. 이듬해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지만 역시 성과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회원들은 ‘통신사와 정부는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여기서 잠깐 010 번호 통합의 역사를 되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발단은 ‘스피드 011’이었다. 이런 광고문구와 1위 통신사 사용자라는 ‘자부심’이 2위, 3위 사업자에게 불공정하다며 번호를 하나로 통합했다. 정부는 통합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대신 번호를 유지하는 ‘대가’를 치르게 했다. 01X 번호로는 3세대(3G) 이상 서비스에 가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연이 이렇지만 현재 통신사로서는 월 1만5000~2만원 남짓 내는 2G 사용자는 고객이 아닌 ‘골칫덩이’다. 통신사는 이들을 굳이 붙잡을 이유가 없으니 2G 인프라 투자도 거의 중단됐다. 그래서 2G 통화 품질은 갈수록 떨어지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는 474만 명의 불편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새삼 01X 모임을 떠 올린 것은 지난 3일 미래부가 주관한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를 보고서다. SKT와 ‘반 SKT’ 진영은 토론의 상당 부분을 ‘요금, 이용자 보호 및 공익에 미치는 영향’에 할애했다. 그런데 정말 통신사 등 이해관계자와 미래부는 이런데 관심이 있기나 한 걸까, 그냥 형식적인 토론은 아닐까. 번호통합 과정을 곱씹으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영선 경제부문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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