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출판회에 시장 상인 초청한 서울시 공사 임원

강기헌.김회룡 2015. 5. 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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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강기헌</br>사회부문 기자

“초청장을 받고 책을 얼마나 사줘야 할지 엄청 고민했다니까요. 옆에 장사하는 사장들과 20만원 정도 사주기로 대충 합의도 했었어요.”

 지난달 27일 만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한 상인은 이렇게 말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이모 본부장의 시집 출판기념회 초청장이 가락시장 상인들에게 날아온 건 지난달 초였다. 이 본부장은 초청장에 “존경하는 유통인들과 친지들을 모시고 조촐한 시집 출판기념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바쁘실 것으로 사료되오나 부디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고 적었다.

 그가 맡고 있는 본부장 직책은 가락시장의 농수산물 유통을 책임지고 있어 사장 다음의 2인자로 불리는 자리다. 농수산식품공사 당연직 상임이사와 가락시장정산㈜ 공동대표도 맡고 있어 시장 상인들과는 갑을 관계에 가깝다.

 퇴직을 넉 달 앞둔 공사 고위 임원이 개인적으로 시집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돌린 것도 문제지만 출판기념회 장소를 농수산식품공사 강당으로 잡은 것도 논란이 됐다. 이날 만난 또 다른 상인은 “ 공적인 일에 사용하라고 만든 강당을 출판기념회 장소로 쓰겠다는 걸 허락해준 공사의 처사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열릴 예정이던 출판기념회는 결국 취소됐다. 이 본부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제가 있다고 뒤늦게 판단해 스스로 출판기념회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설명은 달랐다. 농수산식품공사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관계자는 “출판기념회 이틀 전쯤 제보가 접수돼 행사를 취소하라고 공사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두고 서울시 내부에서는 ‘단돈 1000원이라도 받으면 직무관련성과 관계 없이 처벌하겠다’는 박원순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말 투자 및 출연기관 등으로 박원순법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 본청에서조차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진흥본부에선 이번 출판기념회와 관련된 사실을 감사관실에 알렸다고 했지만 감사관실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전해듣지 못한 상태다.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달 박원순법 시행 6개월을 맞아 보도자료를 냈다.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공무원 범죄 건수가 박원순법 시행 후 급격히 감소하는 등 강력한 부패 방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출판기념회 소동을 보면 박원순법이 과연 얼마나 서울시 구성원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있는지 의문이다.

강기헌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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