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시청률 낮은 프로그램은 기민하게 폐지하는 게 능수인가?

중앙일보

양성희문화스포츠부문 차장 MBC가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놀러와' 등을 전격 폐지한 것에 대한 시청자의 반발이 거세다.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에 따른 조처라는 설명이지만, 폐지 과정에서의 무리수로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결정이라는 원성이 커지고 있다.

 MBC는 최근 8년 장수 프로그램인 '놀러와'와 월화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의 전격 폐지를 결정했다. 김재철 사장이 창사기념식에서 "밤 9시대 시청률 1위 달성을 위해 버릴 것은 버리고 갈아 끼울 것은 끼워야 한다"고 발언한 직후다.

 '놀러와'의 폐지 사실은 7일 오후 녹화가 끝난 뒤 출연진에게 통보됐다. MC 유재석을 포함해 누구도 몰랐던 일이었다. 마지막 방송인 줄도 모르고 녹화를 마친 셈이라 출연진의 당혹감은 더욱 컸다.

 '엄마가 뭐길래'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방송 한 달 만에 9시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이동에 따른 불똥이 튀어 러닝타임과 방송횟수가 마구 흔들린 차였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조기종영 철회를 촉구했다. "방송사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방송을 조기 종영하고, 이후 발생하는 피해는 '나 몰라라'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추가 녹화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마무리도 없게 됐다.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거나 드라마의 결말을 맺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후속 프로그램 또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시청자들은 부정적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놀러와' 게시판에는 항의글이 하루에 300여 건 올라왔다. "폐지 반대, 찬성을 떠나 시청자에게 인사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장수 프로가 폐지되는데 최소한의 배려나 예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폐지 반대 서명도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만으로 폐지를 번복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시청률 저조에 따른 프로그램 폐지는 방송사 권한이기도 하다. '놀러와'는 한때 시청률 20%대의 인기 프로였지만, 올 들어 장기파업과 그 여파로 최근에는 5% 아래로 시청률이 떨어졌다. 드라마·예능 등 총체적인 시청률 난국을 맞은 MBC로서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의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 더구나 들쑥날쑥 원칙 없는 프로그램 폐지, 함께 일해온 출연진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와 배려 없는 프로그램 폐지는 스스로 방송사의 신뢰와 이미지를 깎아먹을 뿐이다. 당장 숫자로는 잘 안 보이는, 그러나 알고 보면 시청률보다 더 무서운 이미지 말이다.

양성희 기자sh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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