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35] SNS에서도 상사 눈치 봐야 하나

손광균 2016. 2. 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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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균 JTBC 경제산업부 기자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는 매년 이맘때 가장 밝게 빛난다. 이용자들의 희망과 각오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친구 하나가 분위기에 안 맞게 거친 표현들로 자기 회사 욕을 한 바가지 올려놓자 내가 다 조마조마해졌다. 평소엔 낯간지러울 만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자랑하던 그였다. 직장 상사가 보면 어떡할 거냐는 걱정에, 그가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라도 된 것처럼 내게 되물었다. “설정 조금만 건드리면 회사 사람들은 내가 정한 글만 볼 수 있는 거, 너 아직도 몰랐냐?”

사실 SNS상에 내 사회생활 점수는 빵점에 가깝다. 친구가 야심 차게 올린 새 프로필 사진에는 ‘포토샵이 고생했네’ 같은 악플을 다는 게 취미요, 기자 초년병 시절엔 조금만 힘들어도 회사와 사람 흉보는 글을 쓰기에 바빴다. 후배와 상사들이 보낸 ‘친구 신청’은 그래서 응하지도, 거절하지도 못한 채 쌓여 있는 것만 30여 건.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몇 년 전에는 새 앱을 깔았다. 선배에게 먼저 친구 요청을 보내고, 열심히 좋아요를 눌렀다.

직장인들은 SNS를 탈옥할 자유도 없다. 지난해 대리로 진급한 친구는 회사 상사들과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되면서부터 페이스북이 싫어졌단다. 처음엔 놀러 가서 찍은 사진에 ‘OO씨는 주말 이틀 다 쉬나 봐요?’ 같은 댓글이 달려 뜨끔한 정도. 그러나 얼마 안 가 ‘OO씨 친구 예쁘던데 소개 좀 해 줘’라는 선임의 말을 듣고 나서는 친구 목록을 비공개로 바꾸기에 이르렀다. “차라리 탈퇴하고 계정을 다시 만들고 싶은데, 들키지 않을 자신은 없으니 어떡하냐”고 호소하던 그 친구, 그날 퇴근길에도 상사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SNS의 본고장이라는 미국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직장 상사와 친구 맺기’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2011년 한 마케팅 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자 직원의 3분의 1, 여자 직원의 15%만 상사와 SNS 친구가 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남녀 300여 명에게 물어보니, SNS에서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신경쓸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지 않는 사람과 친구를 맺어야 하는 부담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스트레스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래도 나는 부하 직원들과 친구를 맺고 싶다’는 상사분들께, 내 또래들을 대신해 팁을 몇 가지 드릴까 한다. 첫째,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우정 이어갑시다” 같은 인사말은 생략하셔도 된다. 둘째, 등산 사진이나 꽃 사진은 이제 좀 지겹다. 더 솔직한 모습을 궁금해 하는 부하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공개된 부하 직원의 낯간지러운 아부성 글만이 전부가 아님을 유념하시길.

손광균 JTBC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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