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발] 롯데홈쇼핑, '갑질의 추억'

입력 2016. 5. 31. 19:16 수정 2016. 6. 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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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롯데홈쇼핑이 6개월 동안 ‘프라임 시간대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재승인 심사 때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올해 2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7일 이를 근거로 4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9월28일부터 하루 6시간(오전 8~11시, 오후 8~11시)씩 6개월간 영업을 못하도록 했다.

롯데홈쇼핑은 바로 ‘미래부 처분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4년 발생한 임직원 비리 등으로 이미 재승인 유효기간 2년 단축이라는 불이익을 받았는데 또다시 가혹한 이중처벌을 가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이번 조치로 롯데홈쇼핑은 물론 중소 협력사들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롯데홈쇼핑에 취해진 과도한 조치를 바로잡고 협력사와 소비자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협력사들과 공동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은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중소 납품업체들이 롯데홈쇼핑의 불법행위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억울한 일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이 납품업체들을 방패 삼아 정부의 제재를 공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동안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온갖 패악을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중소기업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으니 가당찮은 일이다. 고양이가 쥐 생각해주는 꼴이다.

롯데홈쇼핑도 인정했듯이 이번 사태의 발단은 2014년 검찰 수사로 드러난 임직원 비리다. 당시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10명이 방송 출연과 프라임 시간대 배정 등을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돈과 고가 그림, 승용차 등을 챙겼다. 심지어 이혼한 아내의 생활비와 아버지의 도박 빚까지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6개 홈쇼핑 업체들이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계약서 미교부, 일방적 계약 변경, 납품대금 지급 지연, 판촉비 떠넘기기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갑질 업체’를 재승인에서 탈락시켜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37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씨제이(CJ)오쇼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럼에도 롯데홈쇼핑은 2015년 4월 유효기간 2년 단축을 조건으로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은 2014년 적발된 비리 임원 10명 중 대표이사 등 2명을 제출 서류에서 뺐고 미래부 공무원들이 묵인해줬다. 감사원이 미래부에 대한 감사에서 이 사실을 찾아냈다. 2명의 범죄 사실까지 심사에 반영됐다면 재승인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이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고, 미래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정부의 ‘가혹한 이중처벌’ 탓이 아니라 롯데홈쇼핑의 거듭된 불법행위 탓에 두 번 죽게 된 것이다. 롯데홈쇼핑이 진정 협력업체들을 걱정한다면 법적 대응 운운할 게 아니라 피해 보상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정부도 ‘롯데홈쇼핑 협력사 지원 티에프(TF)’를 구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납품업체들의 불안을 달래기에는 미흡하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안재승 논설위원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은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불법과 비리가 드러났을 때는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 매번 엄포만 놓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법을 우습게 여긴다. 경제민주화가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재승 논설위원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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