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어글리 차이니스

남정호 입력 2016. 9. 26. 18:49 수정 2016. 9. 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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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논설위원
2014년 말 대만에서는 한 중국 본토 관광객 때문에 난리가 났다. 40대 중국인이 대만 최대 통신사인 중화뎬신(中華電信)의 출입금지 지역에 들어가 온갖 기계를 찍은 뒤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탓이었다. 그는 “정보기관에서 촬영한 비밀 장비”라고 허풍을 떨었다. 조사 결과 그는 중국 본토에서 만난 이 회사 직원의 안내로 잠입했다고 한다. 노출된 기계들은 비밀 장비는 아니었지만 가뜩이나 본토 관광객들의 무례함에 성난 대만인을 더욱 분노케 했다.

본토인들의 대만 관광이 본격화된 것은 2008년. 본토 관광객들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에 비례해 대만인들의 대중(對中) 혐오는 깊어만 갔다.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침을 뱉는 것은 물론 대만인의 성지인 장제스(蔣介石) 기념관에서도 방뇨하기 일쑤였던 까닭이다.

홍콩도 이 못지않았다. 본토인의 분유·기저귀 싹쓸이로 홍콩인들도 진절머리를 냈다. 식민지 시대 때 자신들을 탄압했던 일본인보다 본토인을 더 증오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올 정도다.

대만의 관광 개방은 반중(反中) 감정을 부채질해 지난 1월에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 정권의 집권을 가져왔다. 이후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올 들어 본토 관광객은 전년보다 30%나 줄었다 . 목표와는 정반대로 관광 개방이 본토와의 교류 감소를 초래한 꼴이 된 것이다.

국제정치학의 핵심 이론인 자유주의는 “국가 간 교류 가 평화를 가져온다”고 설파한다. 상대 관습을 알면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도 풀리면서 사이가 좋아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이론은 빵점 매너가 국민 감정까지 영향을 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중국인이 영원히 무례할 걸로 여기면 큰 오산이다. 타국민처럼 삶에 윤기가 돌고 외국물도 먹으면 머잖아 세련된 매너를 자랑할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얼마 전까지 ‘어글리 코리안’으로 통하던 게 한국인 아닌가.

이젠 ‘어글리 차이니스’가 문제지만 원조는 ‘어글리 아메리칸’이다. 1950년대 유럽과 남미에서는 미국 관광객이라고 하면 시끄럽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비(非)문명인의 대명사였다. 오죽 행패가 심했는지 ‘어글리 아메리칸’이란 제목의 책과 영화까지 나왔다.

최근 제주도를 중심으로 중국 관광객의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몇 년 후엔 이들의 언행도 개선되겠지만 그전까지는 대중 국민 감정이 돌이킬 수 없이 나빠지지 않게 적절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 같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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