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어떤 '전관'

이상언 입력 2016. 6. 1. 00:49 수정 2016. 6. 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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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그가 나와의 저녁 식사를 위해 쓴 비용은 300만원이 넘는다. 계산 방식은 이렇다. 그는 2년 전에 검찰을 떠난 이름난 전직 ‘특수통’ 검사다. 홍만표 변호사처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냈다. 그 위의 대검 중수부장까지 맡았으니 홍 변호사보다 더 잘나갔다고도 볼 수 있다. 홍 변호사가 검찰 퇴직 2년 뒤인 2013년 당국에 신고한 연간 수입은 91억원이었다. “나름 열심히 했다”는 홍 변호사의 주장을 인정해 하루 평균 16시간을 업무에 썼다고 가정할 때 한 시간 평균 수입은 약 155만원이다. 나와 저녁을 먹은 ‘그’도 그 정도를 벌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는 내게 약 2시간을 할애했다. 따라서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300만원 이상이다. 그가 계산한 밥값은 별도다.

그는 로펌 소속이 아니다. 변호사 ‘비즈니스’도 하지 않는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 법률 봉사를 하고 있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현재 이 공단에서 봉사하는 전직 판검사는 6명이다.

그는 최근에 그곳에서 맡았던 사건 2개를 얘기했다. 하나는 친구가 빌려 간 돈 80만원을 받으려 하는 일용직 근로자의 소송을 도와준 것이었다. 그는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80만원은 부자의 8000만원보다 큰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아들을 대신해 벌 받을 수 없겠느냐”며 찾아온 중년 남성과 관련된 일이었다. 20대 아들이 인터넷 비방글로 고소를 당하자 아버지가 “내가 그 글을 썼다고 하면 안 되겠느냐”며 상담을 요청했다고 했다. 취업을 해야 하는 아들 대신 차라리 자신이 전과자가 되겠다는 부정(父情)의 발동이었다. “보통 사람에게 법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가 검찰에서 나온 뒤 돈벌이에 나서지 않자 세간에는 여러 얘기가 돌았다. 그중 하나가 ‘정치’였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그가 뭘 하려고 했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더 큰 공직 욕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본인만 알 수 있다.

지난 25일의 저녁 자리에 그는 캐주얼 남방 차림에 백팩을 메고 나왔다. 늦깎이 대학원생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 갈 길로 걸어갔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들을 만날 때 으레 볼 수 있는, 운전기사 있는 검정 세단이 없었다. 그래도 그 누구보다 폼 나는 ‘전관’이었다. 예우는 이런 경우에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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