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인류 구하려 인류를 몰살시킨다고?

안혜리 2016. 5. 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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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뉴디지털실장

‘미국 프로레슬링의 전설’ 헐크 호건과 ‘페이팔 마피아(일론 머스크 등 페이팔 초기 멤버로 실리콘밸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워그룹)의 대부’로 불리는 억만장자 피터 틸. 이 낯선 조합이 최근 뉴스를 타고 있다. 둘의 연결고리는 실리콘밸리 거물의 사생활을 폭로해온 고커(Gawker) 미디어다.

사연은 이렇다. 헐크 호건은 친구 아내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보도한 고커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었고, 언론사 문을 닫아야할 만큼 거액인 1억4000만 달러(약 1665억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언론 자유의 양립이 세간의 관심사였다. 동영상 보도는 분명 옐로 저널리즘의 본색을 드러냈지만 그 파장은 옐로의 범주 안에만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보도를 계기로 헐크 호건이 내뱉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에서 영구 퇴출됐다. 그런데 피터 틸의 등장으로 전혀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고커를 무너뜨리기 위해 틸이 헐크 호건을 비밀리에 지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틸은 2007년 고커의 자회사인 밸리왜그가 그의 동성애 사실을 까발린 후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내왔다. 실리콘밸리 갑부가 사법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해 거북한 언론에 재갈을 물린 셈이 됐다.

틸은 고커에 대해 “클릭수 올리려고 섹스 비디오를 공개한 파렴치한 매체”라고 비난하지만 사실 이는 절반만 맞다. 고커는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아픈 곳을 건드리는 기사를 숱하게 써왔다. 틸의 분노를 야기한 기사 역시 그의 사생활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폐쇄적인 문화를 지적한 내용이었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실리콘밸리 엘리트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사를 쓰는 건 곧 파멸로 이른다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게 아니냐는 얘기다.

때마침 틸이 이사로 있는 페이스북이 기계적 알고리즘이 아니라 편집자에 의해 좌파 편향으로 운용된다는 폭로가 나왔다. 폭로한 매체는 고커가 소유한 기즈모도였다.

영화 ‘킹스맨’과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엔 숭고한 이상을 지닌 천재 기업인이 악당으로 등장한다. 지구를 살려보겠다며 인류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거나 인류 멸망을 막겠다며 세계 인구 3분의 1을 없애는 바이러스를 퍼뜨릴 음모 를 실행한다. 천재의 이상이 방향을 잃으면 이런 재앙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시비 거는 언론이 사라진다면 이게 꼭 영화 속 얘기로 그치지 말란 법도 없다.

안혜리 뉴디지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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