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돈이 전부일까

안혜리 입력 2016. 5. 3. 00:32 수정 2016. 5. 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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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뉴디지털실장

원래 대단한 축구 팬은 아니라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시즌이 아니면 축구 볼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지난 주말 밤 영국 프로축구(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와 레스터시티의 경기 생중계를 일부러 챙겨봤다. 맨유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유럽 각국 프로축구 상위 팀이 벌이는 대회) 진출 여부가, 그리고 레스터시티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걸린 빅매치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연일 ‘동화’를 써내려 가고 있는 레스터시티가 어떤 팀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다들 알다시피 맨유는 설명이 필요 없는 명문 부자구단이다. 그에 반해 레스터시티는 축구팬들 사이에서조차 존재감이 없는 변방의 영세구단이었다.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그 이전엔 ‘풋볼리그’)에서 맨유가 11번 우승하는 동안 레스터시티는 우승은커녕 2부 리그를 전전했다. 지난 시즌 1부 리그로 간신히 승격한 후에도 20개 구단 가운데 14위를 기록, 2부 리그 강등을 겨우 면한 채 지난해 9월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 만큼 누구도 레스터시티에 주목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도박사들이 레스터시티의 우승 확률을 1대 5000(1만원을 걸면 500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으로 내다봤을 정도다. ‘플레이보이’를 만든 휴 헤프너가 스스로를 숫총각이라고 고백할 확률이 고작 1대 1000이라고 하니,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숫자로만 보면 불가능과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그런 레스터시티가 지난 연말부터 리그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더니 우승까지 딱 1승만을 남겨 두고 있다. 실력이 곧 돈이기에 앞서 돈이 곧 실력인 ‘축구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레스터시티 주전 11명의 이적료 총액(2225만 파운드·약 420억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손흥민이 독일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옮길 때 받았던 이적료(2200만 파운드·약 400억원)와 비슷할 정도로 초라했는데도 말이다. 수퍼스타 대신 주급 30파운드(약 5만6000원)를 받던 노동자(제이미 바디)와 알제리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프랑스 빈민가 출신(리야드 마레즈) 등 ‘흙수저’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취를 보며 다들 ‘돈’ 대신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레스터시티는 지난 주말 맨유와 비기면서 우승 축배를 한 경기 뒤로 더 미뤘다.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어쩌면 팬들의 바람과 달리 이번 시즌 우승을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레스터시티가 쓴 동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누구라도 하면 된다는 걸 증명했으니 말이다.

안혜리 뉴디지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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