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헤르미온느, 헤르미오네, 허마이어니

고정애 2016. 2. 1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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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런던특파원

유럽 특파원으로서 곤혹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인명·지명 등 고유명사를 우리말로 옮겨 적을 때다. 언어의 다양성·불규칙성 때문이다.

 최근엔 이런 게 있었다. CASA BATLLó.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흠모하는 이들이라면 단박에 알아볼 이름이다. 성가족교회에 전념하기 전 완성했던, 바르셀로나 번화가에 있는 기이한 형상의 집이다. 동물 뼈를 연상하는 이가 많아 ‘뼈 집’으로도 불린다.

 현지어로는 ‘○○○네 집’이란 의미인데, ○○○을 무에라고 써야 할까. 다수결로 하면 카사 바트요일 게다. 포털 검색창도 그리 알려준다. 스페인어라면 옳다. 바르셀로나는 그러나 스페인과는 무관한(또 독립하고 싶어 하는) 카탈루냐의 수도다. 초등학생들의 현장 수업을 본 일이 있는데, 이방인의 귀엔 스페인어인지 카탈루냐어인지 긴가민가했다. 당사자들은 자랑스레 웃으며 “카탈루냐어”라고 했다. 현지 집 이름은 그리하여 카사 바이오(또는 바이요)다. 원래 집주인의 성(姓)이다. 둘 중 무엇을 쓸 텐가.

 영어라고 사정이 낫다고 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디폴트는 미국 영어다. 그나마 19세기 철자개혁으로 상대적으로 소릿값에 근사하게 적는다. 그 기준에서 보면 영국 영어는 얼토당토않은 게 많다.

 최근 가톨릭과 절연한 헨리 8세의 왕궁인 햄프턴 코트에서 450년 만에 가톨릭 미사가 열렸다고 화제였는데 주교 이름(Chartres)을 ‘샤르트르’로 표기한 글을 봤다. 상상할 수 있는 발음이다. 하지만 실제론 ‘차터스’다. 동네 이름도 이 못지않다. 개인적으론 ‘Ightham’을 보곤 현지인을 만날 때까지 소리 낼 엄두를 못 냈다. 주변 영국인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현지에선 ‘아이템(item)’처럼 말했다.

 “나도 어떻게 발음할지 모르는 지명이 많다.” 런던대 교육대학원 영어학과 존 오리건 교수의 토로였다. “헷갈릴 수 있다. 다양성이 흥미로운 점 아니겠느냐. 뭔가를 배울 수 있으까.” 그게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 새로운 얘기를 찾아나서는 본질일 게다. 긴장감과 호기심, 그리고 열린 마음 말이다. 원음에 가깝게 표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절대적인 게 아닐 수도 있다.

 7월 말이면 해리포터 8권이 나온다기에 든 생각들이다. 여주인공 이름은 영어식으론 ‘허마이어니’다.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의 딸이란 연원을 밝히고 싶었다면 헤르미오네가 맞을 터였다. 뭐 이젠 전 국민에겐 헤르미온느로 굳어졌지만 말이다. 근데 어떤 기준이었을까.

고정애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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