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이세돌이 이긴다 해도

이상언 입력 2016. 2. 10. 00:02 수정 2016. 2. 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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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알파고는 ‘로보트 태권브이’에 맞선 악당 로봇이 아니다. 이를 만든 구글 부사장 데미스 하사비스는 괴물 설계자 카프 박사처럼 세상을 증오하지도 않는다. 구글이 시가총액 세계 1위의 기업이 됐지만 지구 정복의 야심까지 갖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이세돌 9단은 태권브이에 올라타 지구를 지키는 훈이가 아니다. 그래도 지구인들은 다음달 9일 서울에서 열리는 알파고와 이 9단의 시합을 지켜보며 같은 호모 사피엔스를 응원할 것이다. 한국인 중에는 월드컵을 보는 심정으로 불계승 5전 전승을 염원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이 9단은 승리를 장담하고 있고, 하사비스는 50대 50이라고 말한다. 알파고는 중국계 기사 판후이 2단에게 5전 전승을 거뒀다. 바둑 한 수를 둘 때 평균적으로 250개의 자리 중 하나를 택하게 되고 한 경기에서 한쪽이 150수 정도를 두기 때문에 250의 150승에 달하는 경우의 수가 만들어진다. 알파고는 이에 필요한 계산을 3초 이내에 한다. 알파고는 다른 바둑 프로그램과 495회 대결해 한 번 빼고 다 이겼다(승률 99.8%, 구글은 1패가 어떤 프로그램에 당한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전과 기보를 통해 바둑 공부를 하는데 지금까지의 학습량이 사람에게는 1000년이 필요한 양이라고 한다.

이 9단이 알파고를 물리친다 해도 앞으로도 계속 인간이 인공 프로그램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할 때를 짧게는 5년 뒤, 길게는 30년 뒤로 보고 있다.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행히 알파고는 인간의 통제하에 놓여 있다. 바둑 두는 것 외의 다른 기능이 부여돼 있지 않고, 바둑돌을 스스로 옮기지도 못해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알파고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어벤저스’의 울트론과 같은, 스스로 진화해 로봇들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수퍼 인공지능의 출현을 예고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나 테슬론 창업자 일론 머스크 같은 선각자들은 일찍이 그런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제2의 기계 시대』 저자)와 같은 기술 긍정론자들의 견해다. 매카피 교수는 인간이 로봇에게 질 수도 있지만 컴퓨터를 이용하는 인간은 결코 로봇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계와 인간이 하나로 융합한 ‘우리들의 짱가’가 인공로봇들을 다 때려눕히기는 했어도 과연 현실을 그렇게 낙관해도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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