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다둥이 가족은 비정상 가족일까

나현철 2015. 5. 2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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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br>경제부문 차장

산부인과 대기실을 지나는 두 간호사의 수다에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누구 얘길까” 싶어서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남의 집 얘기가 아니다. 아이 둘을 옆에 두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한데 기분이 개운찮다. 간호사의 호들갑에 담긴 게 축하나 부러움이 아닌 듯해서다. 뭔가 시대에 뒤처지고 비정상적인, 그런 상황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배어 있었다.

 하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까.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표어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 있던 때다. 다둥이가 축복이나 부의 상징보다는 무지나 반항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던 때다.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인구보건복지협회’로 바뀐 게 2005년이다. 정부의 인구정책도 이 무렵에야 산아제한에서 출산장려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비정상 가족’ 취급은 가끔 계속됐다. 워터파크 매표소에 내민 신용카드는 ‘동반 3인’까지만 할인이 됐다. 어렵게 당첨돼 묵은 휴양림 숙소엔 베개를 비롯한 이부자리가 네 벌뿐이었다. 하나 더 갖다 달라고 했더니 여분이 없다고 했다. 몇 년 전 서울시 버스공제조합은 ‘어른 한 명당 6세 이하 어린이 한 명만 무임승차를 허용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어린 자녀 셋을 데리고 다니는 부모는 어쩌란 말인가.

 물론 이 동안에도 정부는 열심히 출산장려를 했다. 여기에만 10년간 60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자체 평가로도 결과는 낙제점이다. 급기야 며칠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과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 등 주요 국가 40개국 가운데 한국의 출산율이 꼴찌라는 뉴스가 나왔다.

 원인을 꼽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포괄적이면서 체계적인 정책도 없었고 예산도 산만하게 쓰였다. 취업이 어려운 젊은이들은 원치 않는 만혼을 해야 했다. 집값과 교육비 걱정에 애 하나 낳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뿐만은 아닌 듯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위기와 문화도 한몫을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강력했던 산아제한 정책의 사고방식과 잔상이 아직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며칠 전 대학생과 고교생 자녀 셋을 둔 지인을 만났다. 그의 회사는 아직 둘째까지만 학자금을 보조해준다. 조심스레 담당자에게 얘기를 꺼내봤더니 “대상자가 너무 적어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낀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지인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 이렇게 맞장구를 쳤다. “대상자가 적으면 돈도 적게 들 텐데요”라고.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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