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사랑’의 대상에 동성 까지 포함한 국립국어원 결정

중앙일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국립국어원이 최근 '사랑'이란 단어의 뜻풀이를 바꿨다. '이성(異性)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돼 있던 것을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손질했다. '이성의 상대'를 '어떤 상대'란 중립적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이와 함께 연인, 연애, 애인, 애정 등 사랑과 관련된 몇몇 단어의 뜻풀이도 수정했다. 연인의 뜻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남녀'에서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으로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동성애자 등 성적(性的) 소수자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바꿨다는 것이 국립국어원 측 설명이다. 모 대학 남녀 학생 5명이 무심코 사용하는 일부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남녀 간의 관계에만 한정돼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표준국어대사전(웹사전)의 개정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의 결정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함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개념 변화는 결혼에 대한 개념 변화나 동성애자의 결합까지 결혼으로 인정할지 여부 등과 맞닿아 있는 문제인데 이를 국립국어원 연구원 몇 명이 둘러앉아 뚝딱 처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갈 때마다 듣는 말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다. 선거철이면 "사랑하는 유권자 여러분"이나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란 말을 지겹도록 듣는다. 이때 사랑의 정의는 '소비자나 유권자를 일시적으로 현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투어' 정도 아닐까. 29세 된 남자 교사와 열두 살짜리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의 불륜을 놓고도 사랑이라고 우기는 세상이다. 사랑처럼 오·남용이 심한 단어도 없다. 시중에 통용되는 사랑의 의미를 다 담자면 사전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영어사전인 웹스터(Webster)에 '사랑(love)'은 '두 사람의 성적인 감정이나 활동'으로 돼 있다. 프랑스의 대표 사전인 로베르(Robert)도 '사랑(amour)'을 '다른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감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녀니 이성이니 하는 말은 없다. 시대의 보편적 추세에 맞춰 국립국어원도 사랑의 뜻풀이를 바꾼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그만 아닐까.

 사랑의 사전적 개념이 바뀌었다고 결혼의 법률적 개념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이성 간의 법적인 결합으로 돼 있다. 동성 간 결합까지 결혼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국립국어원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사랑은 판단하지 않고 주기만 하는 것"이라고 고인이 된 테레사 수녀는 말했다. 내가 좋아서 사랑을 주는 그 대상은 이성이 일반적이지만 동성도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배명복.김회룡 기자bmbmb@joongang.co.kr



Copyrightsⓒ중앙일보,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