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올해도 베스트셀러 편식 심각 독서율은 매년 떨어져 세제혜택 등 대책 서두르자

노재현 2012. 12. 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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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50대 전후 나이라면 잡지 '창비'에 빚을 졌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정신적 자양분으로서의 빚뿐 아니라 금전적인 진짜 빚까지 졌다. 대학 신입생 시절 캠퍼스에서 외판원에게 붙들려 10권짜리 창비 영인본 전집을 할부로 샀다. 검정색 커버의 두툼한 무게감. 뿌듯했다. 월 몇 천원이던 할부금이 적지 않은 부담이긴 했지만, 입주 가정교사 등을 하면서 초반엔 그럭저럭 갚아 나갔다. 그러나 휴학 두 번 하고 군대에 다녀와 복학하고 어쩌고 하는 사이에 흐지부지됐다. 마지막 두어 달치는 끝내 갚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다. 몇 년 전 창비 운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사연을 얘기했더니 "그럼 다른 방식으로 갚으라"며 웃더라만.

 1970~80년대 중반은 전집류 출판물 전성기였다. 1971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이 되어 첫 달에 27권짜리 전집 26세트를 팔고 1년 만에 세계 최고 실적을 기록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성공신화는 유명하다. 얼마 전 만난 정운길 민중서관 발행인은 "1970년대에는 세계사상전집·한국문학전집·세계문학전집이 각 가정의 기본도서나 마찬가지였다"고 회고했다. 책이면서 필수 가구 역할까지 했다는 말이다. 정씨는 1970년 서울 명동 길거리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알랭 들롱·찰슨 브론슨·엘비스 프레슬리 등 유명 음악가·연예인 사진을 베니어 판에 붙이고 비닐을 씌운 '판넬'을 국내 최초로 판매해 전국적인 열풍으로 번지게 만든 사람이다. 삼성출판사 재직 시에는 『새 우리말 큰사전』(신기철·신영철 편저, 1974년 초판 발행)을 들고 전국의 학교를 돌며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사전류 출판에 특히 많은 힘을 쏟았던 정씨의 꿈은 '사전 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바쳐 전 세계 사전을 2만 권 가까이 모아놓았다. 종이책 출판이 점차 쇠퇴하는 요즘 분위기가 그는 너무나 안타깝다. 어학과 전문분야 사전들을 그동안 옌볜·북한·러시아 등에 많이 기증했지만 우송료·포장비까지 자신이 부담하며 기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년 전에는 창고에 쌓여 있던 트럭 10대 분량의 재고서적을 폐지 가격만 받고 업자에게 넘겨야 했다.

 국민 독서율이 나날이 떨어지는 데다 그나마 팔리는 책도 편식 현상이 심하다. 어제 교보문고에 알아보니 올해 1년간 베스트셀러 상위 100위까지의 책이 전체 판매 권수의 10.2%, 매출액 기준으로는 10%를 점유했다고 한다. 총 2300만 권의 판매량 중 230만 권 이상이 불과 100종에 집중된 것이다. 출판 퇴조 현상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어제 오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관련 토론회도 열렸지만, 각 가정의 도서구입비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서두를 때가 된 것 같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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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김회룡 기자 jaik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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