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도 검찰은 잘 돌아간다

2015. 7.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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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이주의 키워드]박근혜 대통령의 분노가 풀릴 줄 모른다. 유승민 원내대표와는 앞으로 절대 상종도 안 하겠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도 했다. 거의 정계 은퇴를 강요하는 분위기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에서도 난리가 났다. '배신자 유승민은 사퇴하라'는 문구와 '사랑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마음을 열어달라"며 허리를 90도로 굽혀 사과를 하면서도 할 말을 다 해놓고는 이후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7월20일 본회의에서 추경을 처리할 수 있도록 야당과 협의하겠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가 뭐라고 하건 말건 나는 내 길을 가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친이 하셨던 대로 콧수염이라도 잡아 뽑아놓을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스타일을 구긴 쪽은 대통령이다. 뜬금없는 강경 발언으로 온 동네 욕은 다 먹어놓고도 유승민 원내대표를 '보내지' 못했다. 오히려 차기 대권 주자로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보수 언론들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비박계 출신 김무성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흔들리지 않는다. 친박계 의원들을 움직여 의원총회를 요구하고 유승민 원내대표를 '날릴까'도 생각해보지만 '쪽수'가 안 돼 그마저도 어렵다. 김무성 대표를 끌어안고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사퇴하는 '자폭 작전'으로 지도부를 붕괴시키자니 그다음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수가 안 보이니 '오버'가 시작된다. 요즘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김태호 최고위원이 7월2일 최고위원회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요구하고 이에 반론하는 원유철 정책위의장에게 다시 재반론을 하려다가 김무성 대표에게 제지당한 게 대표적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고마해라"라는 김무성 대표의 나직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계속 하려 했지만 김 대표는 "회의 끝냅니다"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김 최고위원이 이에 항의했지만 김 대표는 "마음대로 해"라고 말했다. 대표가 회의가 끝났다는데 달리 어찌할 방법도 없다.

그래도 레임덕이든 데드덕이든 대한민국에서 오직 '살아 있는 권력'은 대통령뿐이다. 대통령이 마음을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 드라마 같은 예를 들자면 검찰을 움직여 공작을 감행해보는 수단도 있다. 한 달쯤 뒤에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어떤 '추문'이 검찰 수사망에 갑자기 잡힐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데 도가 튼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이 움직이는 시나리오도 말해볼 수 있다.

현실성 없는 얘기를 이렇게 꺼내보는 것은 정치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무시당하는 와중에도 검찰 조직은 잘 돌아가는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 7월2일 검찰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금품 메모의 6인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이나 혐의 없음으로 처리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에는 손가락 하나 갖다대지 못한 것이다. 이제 검찰이 한바탕 욕을 뒤집어쓰고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을 놓고 줄다리기할 일만 남았다.

여기서 다시 주목할 것은 검찰이 특별사면에 대한 수사 결과도 발표했다는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당시 5억원 정도 되는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있으나 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겠다는 게 그 내용이다. 결국 또 '노무현'이다. 뭐라도 칠 듯 큰 칼을 휘두르더니 남 망신만 줬다. 검찰이 이렇게 일을 잘하는데 무슨 레임덕 걱정을 하겠는가?

그래픽·글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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