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초대석] "건축과 IT 융합 가속…BIM 생태계 조성 힘모아야"

디지털타임스

최진원 버츄얼빌더스 대표

직사각형의 고층 빌딩만 가득했던 서울시에 최근 들어 다양한 모양의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완공한 서울시청 건물과 내년 완공 예정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건물들은 타원형 모양의 둥근 외관을 갖고 있다. 전통적인 건축방식으로는 UFO를 연상케 하는 이 건물들의 탄생 배경을 설명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최근 각광받는 건축 양식이라는 이 건물 외관은 건축과 IT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손으로 도면을 설계하던 시대에서 컴퓨터의 3D화면으로 입체적인 도면 설계와 다양한 건축 실험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IT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건축과 IT의 만남이다.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시도되고 있는 이 분야에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버츄얼빌더스다. 이 회사를 이끄는 최진원 대표는 건축공학가에서 엔지니어로 변신한 IT융합인의 대표 모델이기도 하다. 또 최 대표는 2010년 12월, 제1회 디지털타임스와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IT융합기업인상을 처음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일 문화의 거리 홍대로 이전한 버츄얼빌더스 신사옥에서 지난 3일 최 대표를 만났다. 한창 자리배치와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최 대표와 직원들의 얼굴은 밝았다. 곳곳에 흩여져 있던 80여명의 직원이 한 건물에 모여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고 대한민국 대표 건설IT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최 대표로부터 IT융합 등 수상 이후 지난 2년 간의 변화와 건설IT 시장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이근형 IT정보화부장

-건축과 IT 만남의 대표격인 빌딩정보모델링(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시장의 최근 흐름을 어떤가.

"BIM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로 각국 정부가 주도해 BIM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도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BIM 도입을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달청에서 2016년까지 모든 공공부문 공사에 BIM 적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내 BIM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BIM시장의 키워드 중 하나는 커지는 시장에 비해 경쟁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분야는 삼성도 쉽게 하지 못한다. 자금력만 있다고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BIM은 건축과 엔지니어링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건축가 수십명과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만들 수 있는 IT전문가가 만나 수년간 작업해야 만들어 낼 수 있는 솔루션이다.

삼성이나 대기업이 유능한 사람을 스카웃하고 수백억을 단기간에 투입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그 역시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시장이 있고, 미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지만 장기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투입해야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분야가 BIM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국내 BIM 시장은 대기업조차 뛰어들기 어려운, 소수의 전문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는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력이 독특하다.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학도로 살아오다가 IT 엔지니어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아주대, 연세대에서 교수로 지내다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어떻게 건축학도가 IT와 사업까지 다양한 삶을 보내게 됐나.

"부산대 건축공학과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수 건축학도였다. 미국 유학 당시 지도교수를 만나면서 처음 BIM을 접하게 됐다. 순수 건축학을 공부하려 유학을 시작했는데 막상 BIM을 접하다보니 다른 길이 보였고, BIM의 시장 성장 가능성을 그때부터 짐작했다. 돈을 떠나 엔지니어로서 욕망이 생겼다. 내가 개발한 BIM솔루션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 후 아주대를 거쳐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연세대 시절, 학교 벤처로 창업을 시도했다. 당시 연세대에서 산학협력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자를 영입했고 이들을 채용해 제품 개발에 힘썼다.

시작은 두 명에 불과했다. 연구실의 확장 개념이라고 생각했지 사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연구실 연구원들을 늘려가듯 점차 벤처 규모도 10명, 20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다 4년 전 30여명의 직원 규모가 됐을 때 산업은행에서 1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산업은행의 지원과 더불어 직원 수가 40명까지 확장되자 더이상 교단에 머물 수 없었다. 2년 전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 일선에 섰다. 쉽진 않았지만 학교와 회사,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 분야에 올인 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그리고 학교와 기업의 장점을 살려가고 있다.

우리 회사는 BIM과 다양한 관련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대거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금도 박사급 인력이 10여명을 웃돌고, 석사 전문인력 비율도 높다. 대게 시장에서 출발하는 회사들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기술이 없기 때문에 시장을 리드하지 못하고 시장 흐름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3년도 처음 BIM 기술을 국내 시장에 발표했을 때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앞서나간 기술이었다. 그러나 그 후 몇년간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내 환경도 BI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기업만 리더십이 있는 게 아니다. 중소업체라도 기술력이 탄탄하다면 시장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하고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사업 시작한 지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단순히 기술만 고집하지 않고 시장 요구 사항과 적절히 절충하는 기술적 타협에 대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왜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BIM 도입이 주목받고 있는가.

"BIM의 첫머리 글자인 `B'는 단순히 빌딩을 의미하지 않는다. B는 댐, 교량, 도로 등 모든 구조물을 지칭한다. 세계 건축계는 BIM을 `혁명'이라고 표현한다. 역사가 기술적 진보에 의해 나아가듯, 건축계에 있어 BIM도 마찬가지다. 홍콩 등 전세계적으로 많은 건축물이 BIM을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BIM의 역사는 크게 BIM 설계 도구 개발과 다양한 활용기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평면도, 입체도를 직접 손으로 그렸다. 컴퓨터가 발달하고 IT가 확산되면서 BIM 설계 도구가 개발됐고 입체적으로 설계를 그릴 수 있게 됐다.

BIM을 활용한 설계는 단순히 3D 입체 설계 차원에서 멈추지 않는다. BIM은 건축물을 둘러싼 다양한 상황을 미리 재연해 볼 수 있다. 건물의 에너지 소모량, 재난 발생시 건물의 내구성, 피난 시뮬레이션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건축 후에도 이를 기반으로 관리할 수 있다.

BIM이 건축계의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건축물은 단순한 설계와 시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물 내에 CCTV,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IT시설물들까지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한다. BIM은 3D설계에서부터 각종 IT시스템들을 한 눈에 관리할 수 있는 기반도 제공해준다."

-BIM을 도입했을 때 이점이 무엇인가.

"BIM이 도입되면 건설업계의 많은 문제점이 개선된다. 우리나라 건설 분야 직원들이 제일 잘하는 게 프FP젠테이션이다. 현란한 그래픽을 가득 채운 프레젠테이션은 어느 나라에서도 따라오지 못한다. 아무리 업체들이 설계를 열심히 하고 공을 들여도 평가는 3시간이면 끝난다. 전문가들이 대거 평가자로 참여하지만 3시간 동안 평가하기란 무리다. 결국 피상적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다. 건축에 디테일은 사라진다. 업체들은 어떻게 세 시간 안에 평가위원들의 눈에 들어 수주할 지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건설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여전히 구멍이 많은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BIM이다. BIM을 기반으로 설계할 경우엔 외부 설계부터 내부 구조까지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고 세부 시스템별로 분업화가 많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건설 업계의 오랜 부조리한 관행들을 타파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BIM은 해외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BIM 시장을 둘러싼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가.

"하나의 벤더가 시장을 독식하는 시대는 지났다. 특정 업체 중심으로 제품이 공급되지 않도록 올바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 표준 포맷을 기반으로 다양한 BIM 제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오픈 BIM' 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토데스크 등 기존 이 시장강자들은 폐쇄형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국제 표준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솔루션을 중심으로 BIM 체계를 만들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견제하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버츄얼빌더스가 한길IT와 지식경제부의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한국형 BIM SW 개발 사업' 역시 이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기술 사대주의가 강하다. 모 대형 건설업체 임원으로부터 외국 제품이 있는데 왜 개발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 있다. 우리는 글로벌 제품에 대항할 SW를 개발할 수 없다는 인식, 이런 인식들이 확산되면 국내 CAD시장이 특정업체에 종속됐듯이 BIM도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한국형 BIM개발 사업이 진행돼야하고, 우리 기업들이 국내 BIM 생태계 형성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건축과 IT의 만남, 대표적인 IT융합의 사례다. IT융합 기업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떤 애로사항들이 있는가.

"여전히 정부 지원이 많이 필요한 분야다. IT융합 기업에 대해 정부도 여전히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는 건축기술과 IT가 공존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때문에 건축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와 SW를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두 부처가 겹친다. 두 부처의 지원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때로는 어떤 부처에서 지원을 해야할지 혼란스러울 때도 발생하는 것이다.

또 버츄얼빌더스는 IT융합 기업이면서 중소기업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문화가 깨져야한다. 중소기업들은 회사의 생사가 달린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중소기업이 한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들 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크는 사례가 나와야한다.

해외에는 구글, 애플 등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무하다. 중소기업의 활로가 대기업 때문에 막혔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그룹사별로 다양한 분야를 갖추고 있다. 물류, IT, 유통, 마케팅 어느 하나 그룹사의 계열사에서 빠지는 곳이 없다. 이런 기업 환경에서 중소기업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중소기업이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어도 이를 적용해 볼 곳이 없다면 기술을 사장되고 만다. 시장에서 기술을 검증 받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회사의 롤모델이 있나.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인 마이다스아이티를 얘기하고 싶다. 국산 SW업체이지만 10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해외 매출도 상당하다. 구조 설계 분야에 특화된 제품이라는 강점과 해외에서 그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본 받아야 할 부분이다."

-정부가 2016년까지 BIM 도입을 의무화하면서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어떤 시장 전략을 갖고 있나.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그 이후로 갈수록 분명 사업 매출과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시장을 기반으로 BIM 외에도 BIM과 결합 가능한 다양한 솔루션 개발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우선 지경부 지원으로 한길IT와 함께 하고 있는 한국형 BIM개발을 위해 별도의 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한국형 BIM개발이 내년 말 마무리되면 이 제품을 기반으로 국내외 사업성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2014년 100억원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500억원까지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W기업은 해외로 나가야 한다. 우리는 글로벌 제품을 만들 것이다. 전세계에 파트너사를 많이 만들어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 플랫폼을 공급하려 한다.

2003년 두 명으로 시작한 작은 벤처가 이젠 80여명까지 고급 인력을 확보한 전문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전세계 BIM 붐 여파를 타고 국내도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9년간 쌓아온 기술 노하우를 집대성 한 제품이 글로벌 제품으로 각광받고, IT융합 분야의 대표 기업을 거듭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열정으로 뭉쳐 노력하고자 한다."

정리=김지선기자 dubs45@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 최진원 대표는…

학력

-1986년 부산대학교 건축공학 석사 졸업

-1992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공학 박사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박사후과정

경력

-2000년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

-2010년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 부교수

-2006년∼ 한국주거학회 이사

-2006∼2008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축위원

-2008년 서울 디지털 미디어 시티 자문위원

-2008년∼ 빌딩스마트협회 이사

-2010년∼ 버츄얼빌더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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