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영복 왜 이리 비싼가했더니, 이런 내막이..

박정일 2015. 7. 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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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옷에 '섬유 반도체'가 숨겨져 있다고?

뜨거운 여름을 대표하는 옷을 꼽으라면 단연 '수영복'일 것입니다. 보기는 좋지만, 막상 수영복을 사러 매장을 찾아가면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작은 천 조각이 왜 이리 비싼가"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수영복이 비싼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명품이라서가 아니라 수영복을 만드는 섬유에는 첨단 과학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패션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수영복을 고를 때 디자인 등 외형뿐만 아니라, 자외선 차단, 흡한속건 등의 기능성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봅니다. 그중에서도 신축성 원사인 스판덱스는 전체 수영복의 20~40%를 차지할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원사입니다.

스판덱스는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릴 정도의 고부가가치 기능성 섬유입니다. 석유화합물인 '폴리우레탄'이 주성분으로, 기존 고무 실보다 약 3배의 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길이의 5~7배나 늘어나며 원상 회복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신축성이 좋습니다. 수시로 물에 젖고 격렬한 활동을 해도 수영복이 찢어지거나 늘어나지 않는 이유도 이 섬유를 썼기 때문입니다.

스판덱스는 또 고무줄보다 가볍고 원래의 탄성을 유지하는 특성이 뛰어나 여성의 속옷이나 수영복, 스타킹, 데님 등 거의 모든 의류 제품에 사용될 정도로 점점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소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9년 미국 듀폰이 '라이크라'라는 이름으로 스판덱스를 생산하면서부터입니다. 국내에서는 1979년 태광산업이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해 만들면서 처음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효성이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 약 35%를 점유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효성이 최근 선보인 여러 스판덱스 제품을 살펴보면 수영복에 얼마나 다양한 기술이 들어가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효성이 최근 선보인 기술 중에서는 수영장 소독에 쓰이는 염소로부터 수영복 본연의 신축성을 유지해주는 스판덱스가 있습니다. 내염소성 기능을 강화해 일반 스판덱스 수영복보다 5~10배 더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스피도(Speedo),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등이 이 소재를 쓰고 있습니다. 효성은 또 신축성을 기존 제품보다 15% 정도 강화해 착용감은 물론 체형 보정 효과까지 강화해주는 섬유 소재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래쉬가드의 경우 햇볕의 과도한 노출을 줄여주는 동시에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해변의 각종 해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체온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래쉬가드는 원래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성 수영복이었지만, 최근에는 워터파크, 해변 등에서 일반인들도 많이 착용하고 있습니다. 신축성이 뛰어난 만큼 스판덱스의 활용 비율도 높은 편입니다.

수영복뿐 아니라 여름 의류에도 다양한 섬유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효성이 개발한 에어로쿨(Aerocool)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흡한 속건사로 땀을 흡수·증발시켜 체온을 유지해주는 효과가 큰 기능성 섬유입니다. 이 제품은 특수 원사 단면제어 기술을 적용한 클로버 잎 모양의 이형단면사로 4개의 모세관이 수분의 이동을 빠르게 진행하게 해 천연섬유보다 빠른 수분 흡수와 건조를 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재입니다.

올해 들어 특히 수요가 늘고 있는 섬유는 소위 '냉감 원사'입니다. 냉감원사는 땀을 흘릴 때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게 하는 섬유로 여러 다양한 방식의 제품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효성이 개발한 '아스킨'은 독특한 횡단면 구조의 섬유가 피부와의 접촉면을 넓혀 신체 열을 방출하게 하면서 동시에 자외선을 차단해 빨리 마르게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이 우주복을 위해 개발한 상변환 기술도 최근 여름용 의류에 쓰이고 있습니다. 열을 흡수, 저장해 방출하는 상변환 물질(PCM)로 이뤄진 마이크로캡슐을 섬유 속에 넣어 피부에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다만 냉감섬유의 기능을 검증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은 미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주요 연구원은 물론 패션 브랜드 업체와 섬유업체에서도 이 냉감 기능의 실제 효과를 수치화해서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기술이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위 과장광고로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여름 의류를 꼼꼼하게 잘 살펴봐야 하고, 제조업체들도 과장 마케팅 경쟁에 몰두하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 가진 기술만큼의 신뢰를 소비자들로부터 얻어야 할 것입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도움말=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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