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세상은 불륜이라고 하지만.."

입력 2014. 8. 24. 11:10 수정 2014. 8.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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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연애/ 밀회

"너무 늦게 깨달았어…내가 귀한 사람이었구나"

▶ 비밀 연애에 빠진 한 여성이 있습니다. 긴 결혼생활 동안 남편에게서 한번도 "예쁘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여성에게 여덟살 연하의 회사 후배가 다가왔습니다. 처음부터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에게 인사시킬 정도의 좋은 후배였습니다. 아이와 남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고민이 됐지만 그를 만나면 자꾸 행복해집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쉽지 않습니다. 세상이 불륜이라 부르는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젊고 매력적이고 저돌적이며 야하다.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내게 직장 후배이며 여덟살 어린 그 남자가 겁도 없이 다가왔다. 회식 자리에서였다. 그는 그날따라 대범했다. 평소 나를 깍듯하게 존대하던 그는 돌연 말을 놓았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낯설게 느껴졌고 심장이 쿵쾅거릴 만큼 흥분됐다. 한눈에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그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회식 다음날부터 그와 나 사이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면 시선을 피했고, 내가 그를 바라보면 그도 시선을 피했다. 예전에는 편한 선후배였는데 회식 다음날부터 편하지 않았다. 같이 일을 하더라도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심장이 두근거렸다.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욕망이려니 마음을 다잡았다.

무엇보다 아이가 눈에 더 밟혔다. 엄마로서 부끄러운 짓이라 생각됐다. 아이의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었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웠다.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다. 믿음을 깨고 싶지 않았다. 후배와의 일이 착각일지도 몰랐다.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욱 요동쳤다.

회식 이후 일주일쯤 지나 관계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팀에 속해서 매일 얼굴을 보고 밥을 먹어야 하는 사이에 이런 마음으로는 업무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친한 후배에 불과했는데회식 다음날부터 달라졌다그가 바라보면 내가 피했고내가 바라보면 그가 피했다안된다고 해도 그가 다가왔다관습이나 사회적 규범보다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난 결국 설득당하고 말았다

"니가 동생인지 회사 후배인지 잘 모르겠어. 혼란스럽다. 혹시 너 나 좋아해?"

"좋아."

막상 그의 답을 듣고 나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날 밤 우린 두시간을 통화했다.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난 그런데 가정이 있고 아이도 있어. 나이도 너무 많고. 나는 누굴 좋아하면 안 돼."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서로 좋아하는데 왜 안 돼. 그런 거 없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안 돼. 서로 힘들어져."

"그런 생각 하지 마. 솔직해져."

그는 관습이나 사회적 규범보다 사랑,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나를 설득했다. 난 통화를 하면서 그에게 설득당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동의해버렸다. 나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는 건 나쁜 일이지만 지금의 감정, 욕구까지도 죄악시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 지탄받을 일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와 사귀면서 헤어지려고 했다. 가정은 지켜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고 가정을 깨겠다는 생각이 없는 한 외도나 불륜은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친구의 창창한 앞날을 위해서도 옳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그냥 원래대로 돌아가자."

"아니. 절대 그렇게 못 돌아가."

그는 이상하리만큼 신념에 차 있었다. 나와의 관계에서만큼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헤어지려던 과정 이후에 그와 나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졌다.

불륜이다. 지탄받을 사랑이다. 하지만 지금 죄책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진실하고, 가볍게 불장난으로 시작한 사랑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었다. 남편에게 단 한번이라도 나는 귀한 사람이었던가. 단 한번이라도 나는 소중한 사람이었던가. 꼼꼼한 남편에 비해 나는 늘 부족한 존재였다. 생각해보면 긴 결혼 생활 동안 남편에게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한번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예쁘다는 말 한번 하지 않았다. 남편은 늘 표현에 인색했고 나는 외로웠다.

하지만 그에게 나는 한없이 멋진 사람, 사랑스러운 여자다. 그는 매일 아낌없이 표현한다.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고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끊임없이 말해주고 격려해준다. 내 고민을 자신의 고민처럼 들어주고 고통을 함께 느껴주고 내가 슬프면 함께 슬프고 내가 기쁘면 함께 웃는다.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하면 든든하게 막아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육체적인 끌림도 강렬했다. 나는 그에게 감사한다. 사랑해줘서 고맙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좋아해줘서 고맙다. 그가 있어 행복하다.

그와 내가 첫눈에 반한 사이는 아니었다.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는 그였지만 한번도 '남자'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말수가 적고 예의 바른 착한 청년 정도가 그에 대한 나의 인상이었다. 같은 팀원이자 선배로서 그가 밥은 먹었는지 프로젝트는 마무리했는지 챙겼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자연스러운 자리도 마련해줬다. '참 좋은 사람이구나.' 우리는 서로에게 이 정도의 생각을 가졌다.

그러다 그가 자신의 고민을 하나둘 털어놓았고 나도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가장 친한 누나, 동생 사이가 됐다. 사실 이상하리만큼 잘 통했다. 대화를 한번 시작하면 끝나질 않았고 정확한 타이밍에 서로에게 반응했다. 개그 코드 같은 것도 일치했다.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었고 늘 서로를 세심하게 챙겼다. 그와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졌다.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편안함 같은 것.

지금 우린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 플라토닉하면서 에로틱하다. 정신적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정서적으로 서로를 감싸는 동시에 육체적 탐닉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는 내 아이에 대해서도 애틋한 마음을, 남편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사랑이 커서 내가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에 곁에 있겠다고 했다. 지금 이 사랑의 끝이 어딜지, 결과가 무엇일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끝까지 가보고 싶다.

연애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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