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한강 녹조 확대, 독소 성분까지..해결책은 '태풍'?

이정훈 2015. 7.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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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경보 확대, 독성물질도 검출

수도권의 젖줄, 한강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양화대교~행주대교 구간에 사상 첫 조류경보가 발령된 데 이어 7월 3일엔 더 상류인 동작대교 구간까지 경보가 확대됐습니다. 농도도 더 짙어졌습니다. 성산대교 지점의 남조류 농도는 지난달 29일 2만 7천 여 개체에서 어제는 3만 3천 개체 가까이 늘어 조류경보 기준의 6배를 넘어섰습니다.

더 우려되는 건 이번 녹조에서 인체와 동물에 해로운 마이크로시스틴-LR이 검출됐다는 점입니다. 서울시에서 조류독소를 분석한 결과 행주대교와 성산대교에서 각각 1.4㎍/L, 2.0㎍/L로 관측돼 정수장 처리수의 권고 기준인 1.0㎍/L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조가 나타난 수역이 실제 먹는 물을 담는 취수장과 거리가 멀고, 정수 과정에서 독소는 모두 제거된다고 하지만 시민들 로서는 찜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올해 사례가 시기와 장소 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한강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8차례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는데 가장 이른 기록이 2008년 7월 15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는 보름이나 일찍, 그것도 더 짙은 농도로 발생한 겁니다. 더구나 한강 하류 구간에서 먼저 녹조가 관측된 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여러모로 이례적인 한강 녹조, 원인은 무엇일까요?

■ 서울시 "댐 방류량 줄어든 것이 원인"

서울시는 이번 녹조의 가장 큰 원인을 팔당댐의 방류량이 줄어든 것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듯이 한강 상류는 40여 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북한강의 소양강댐은 1973년 댐 준공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위까지 낮아졌고, 남한강의 충주댐 역시 수몰됐던 집터가 드러날 만큼 저수량이 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강이 모이는 팔당댐에도 위기가 닥쳤습니다. 지난달 17일 팔당댐은 방류량을 초당 평균 128톤에서 80톤 정도로 줄였습니다. 예년과 비교하면 6분의 1수준입니다. 특히 잠실대교 하류 방류량은 예년의 15분의 1에 불과해 감소폭이 더 큽니다. 흐르는 물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유속이 느려지고, 그만큼 햇빛을 오래 받은 강물은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여기에 장맛비 마저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서울 등 한강 수계에는 지난달 25일 내린 첫 장맛비의 강우량이 20mm 안팎에 그쳤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빗물이 녹조의 먹이가 되는 영양염류를 강으로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줬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강의 녹조는 비가 지난 뒤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신곡수중보

환경 단체는 또 한 가지 원인을 지적합니다. 이번 녹조가 발생한 구간이 바로 신곡보가 위치한 바로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데, 보가 강물의 흐름을 막아 유속이 느려졌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최근 몇 해 동안 끈벌레가 출현하는 등 신곡보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고 지적합니다.

어느 것이 주된 원인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상황이 수온, 일조량, 영양염류, 유속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녹조 발생에 최적의 조건임은 분명합니다.

■ 국토교통부 "가뭄 탓에 추가 방류 어려워"

▲ 팔당댐

녹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적극적인 대책은 방류량을 늘려 다시 유속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방류량을 늘리면 강물이 희석되면서 영양염류의 농도와 수온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울시의 녹조 대책 매뉴얼에는 녹조가 대발생할 경우 댐의 수량을 관리하는 한강홍수통제소 측에 방류량 증가를 요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지난주 첫 장맛비 이후 마른 장마가 이어지고 있어 상류 댐들의 수위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용수공급단계 '주의' 단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천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하천유지용수를 줄여서 내보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자원공사 측은 정상 공급이 가능한 수준만큼저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60mm의 비가 더 내려야 된다고 밝혔습니다. 예년의 장마철 총 강수량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오히려 올해도 마른 장마가 이어진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수문 전문가들은 지난해처럼 장마철 강수량이 적을 경우 당장 올가을에는 공업 용수와 생활 용수도 줄여야 될 지 모른다고 경고합니다. 마실 물도 부족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녹조를 막기 위해 방류를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수문 당국의 설명입니다.

■ 한강 녹조 '사면초가'…태풍 기다려야 할 판

가뭄에 녹조까지 겹쳐 한강의 녹조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 이 둘을 한번에 해결해 줄 구원투수는 장맛비지만 다음 주 초까지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다만 9호 태풍 '찬홈'이 변수로 꼽힙니다. 현재 괌 동쪽 해상에서 북상 중인 '찬홈'은 다음 주 중반 일본 오키나와 부근까지 북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이 올라오면서 장마전선도 함께 북상해 다음 주 화요일에는 모처럼 전국에 장맛비가 예상됩니다. 이후의 상황은 태풍의 진로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태풍이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몰고 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태풍이 일본 쪽으로 북상한다면 장마전선을 약화시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가뭄과 녹조가 장기화하는 걸 막기 위해 태풍마저 기다려야 하는 실정입니다.

[연관 기사] ☞ [뉴스9] 한강 녹조경보 확대·독소 검출…가뭄 탓 '사면초가'

이정훈기자 (skycle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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