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비만

황유석 입력 2016. 6. 26. 20:15 수정 2016. 6. 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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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이 둘 있다. 독일 외무장관을 지낸 요슈카 피셔와 2008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도 나섰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다. 2000년 방한 때 남산 주변을 달리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됐던 피셔는 한 때 110㎏이 넘는 뚱보였다. 1996년 세 번째 아내와 이혼한 것도 비만이 문제였다. 이후 체중을 빼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에 심취해 1년 만에 35㎏을 줄였다. 마라톤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99년 뉴욕마라톤에서는 51세 나이에 3시간 5분이라는 빼어난 기록을 세웠다. 베스트셀러인 자서전 ‘나는 달린다’는 국내 마라톤 붐을 일으켰다.

▦‘카우치 포테이토’로 불렸던 허커비는 주지사 시절인 2003년 주 의사당 행사에서 100여명의 청중 앞에서 앉아 있던 의자가 박살 나 나자빠지는 굴욕을 당했다. 당시 몸무게가 135㎏이었다. 바로 다이어트와 달리기를 시작해 80㎏까지 줄였다. 같은 마을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내가 아는 허커비가 어느 날 반쪽으로 줄어버렸다”고 농담을 했다. 그가 50개 주 중에서 가장 먼저 초등학교의 콜라 자판기를 없앤 것도 자신의 경험에서다.

▦ 흡연, 전쟁ㆍ테러ㆍ무장강도 다음으로 많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비만은 게으름이나 무절제 같은 자기관리 실패가 아닌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계층ㆍ인종 간 문제가 패스트푸드와 자동판매기의 범람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백인보다 흑인의 비만율이 3배에 육박하고, 비만의 대물림이 고착화한다는 조사결과가 한 예다. 외식산업이 공룡화하면서 고열량 식단을 부추기는 현상의 배경을 식품유통의 글로벌화를 부른 신자유주의 확산에서 찾기도 한다.

▦ 중국의 비만 인구가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비만국가가 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이 국가별 체질량지수(BMI)를 조사한 결과 2014년 중국의 비만 인구는 8,960만 명. 세계 1위이던 미국의 8,780만 명을 넘어섰다. 30년 전까지는 과체중도 거의 없었던 중국이 개혁ㆍ개방 이후 소비 구조가 바뀌면서 급격히 비만 국가로 바뀌었다. 특히 농촌지역 빈곤층에서 정크푸드 등으로 인한 소아비만이 심각하다. 산업이 고도화한 미국과 달리 절대다수가 빈곤층인 중국이 최대 비만국가가 됐다는 역설이 비만의 사회병리적 성격을 잘 말해준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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