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인구절벽

조재우 2015. 11. 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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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ㆍ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소비가 위축되는 ‘인구절벽’ 현상이야말로 머잖아 닥칠 국가적 위기다. 한국일보

중국 베이징 현대자동차 공장에는 벤츠나 BMW 등 고급승용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꽤 있다. 이들의 연봉은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5분의 1수준이니, 연봉 2,000만원도 안 된다. 베이징 현대차 직원은“이런 노동자들은 직장에 오래 붙어있지 않는다. 1년 정도 근무하다가 훌쩍 떠나버린다”고 했다. 이들은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용돈도 많이 받고 물려받을 재산도 많은 젊은 층이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샤오황디(小皇帝ㆍ소황제)라고 부른다.

▦ 샤오황디는 1970년대 말 중국의‘1가구 1자녀’정책의 영향으로 80년대에 태어난 외동 남자아이로 바링허우(八零後)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자아이는 샤오궁주(小公主ㆍ소공주)다. ‘1가구 1자녀’가 몇 세대에 걸치다 보니 지금의 소황제들은 부모와 친ㆍ외 조부모 등 최대 6명의 재산을 홀로 물려받을 수 있다. 이들은 일반 서민에 비해 소비 수준이 높아 중국의 주류 소비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1가구 1자녀’ 정책을 고수하다 2011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떨어지자 최근 전격 폐기했다.

▦ 우리도 출산율이 높던 시절 산아 제한 정책 등을 통해 필사적으로 인구증가를 억제했다. 60년대는‘세 자녀 갖기 운동’시기로 당시의 슬로건은 “세 살 터울로 세 자녀만 35세 이전에 낳자”였다. 70년대에는“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이다가 80년대 들어 출산율이 다소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인구억제 정책을 가속화했다.“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등의 슬로건이 대표적이다. 인구구조 변동 예측에 실패, 결과적으로 1가구 1자녀를 강요한 셈이다.

▦ 이 때문에 80년대 초 2.5명에 가까웠던 출산율이 84년에 1.75명으로 떨어졌고, 외환위기 때인 98년 처음 1.5명 아래로 내려온 뒤 지금은 1.2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1가구 1자녀’가 흔해졌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고령화가 빨라지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일본 상황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도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12년에 정점을 찍고 수평을 유지하다 올해부터 하향 추세로 돌아섰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소비가 위축되는 ‘인구절벽’ 현상이야말로 머잖아 닥칠 국가적 위기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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