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봉이 커피'

조재우 2015. 6. 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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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금융이 발달한 원인 중 하나가 커피라고 한다. 1600년대 중반 이후 이슬람 세계에서 유입된 커피 맛에 빠진 영국에 커피하우스(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업가들은 런던 번화가에 밀집한 카페에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했다. 카페는 해당업계 정보지까지 발행했다. 1687년 문을 연 로이드 카페를 들락거렸던 해상보험업자들은 이곳에서 로이드협회를 결성, 지금의 로이드 보험사를 탄생시켰다. 주식 중개인들이 북적거리던 조나단 카페 자리에는 런던증권거래소가 들어섰다.

▦ 영국 최초의 카페는 1650년 옥스퍼드 지역에 있던 '엔젤'로, 유대인 사업가 제이콥이 개설했다. 카페는 자유로운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통로였고, 사교와 문화적 교류가 활발한 장소가 됐다. 정규 대학이 학문에 치중했다면, 카페는 대학보다 훨씬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 페니'만 있으면 커피도 마시고 토론 참여도 가능했다. 그래서 옥스퍼드 지역의 초창기 카페는 '페니 대학'(Penny Universities)이라고 했다.

▦ 카페는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1686년 파리에 문을 연 프랑스 최초의 카페'르 프로코프'는 계몽주의가 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위대한 소설가, 사상가, 예술가들에게 이 카페는 영감을 얻고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장소가 됐다. 각종 사상과 문예사조들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이 카페 덕분이었다. 여기선 예의범절을 갖춘 대화와 토론이 강조됐다. 부작용도 있었다. 남편들이 밖으로 나돌고, 커피를 많이 마셔서 성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주부들의 청원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 서울의 호텔에서 판매되는 커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호텔예약사이트인 호텔스닷컴(Hotels.com)이 28개국 3~5성급 호텔 30곳을 대상으로 커피 가격을 조사한 결과, 서울의 호텔 커피 한잔 값이 1만770원(세금과 봉사료 포함)으로 일본 도쿄(9,420원), 중국 베이징(8,510원) 등에 비해서도 훨씬 비쌌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외국에 비해 30% 가량 비싸다는 조사도 있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땅을 칠 일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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