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애주가의 변명/이동구 논설위원

입력 2015. 8.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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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술보다 술자리의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면 믿어줄까. 학창시절 선배들이 풀어놓는 문학 언저리와 설익은 인생철학에 솔깃할 때에도 술이 있었다.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는 청마(靑馬) 유치환의 시를 읊어대던 선배를 따라다녔던 것도 술과 함께한 낭만과 멋이 있는 분위기를 좋아했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중년의 술은 다르다. 분위기보다는 마셔야 하기에 술을 가까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송강(松江) 정철은 계주문(戒酒文)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나 손님을 만나 거절하지 못하고 마시는 술이 많다”고 했다. 취하지 않고 오래 버티며 즐길 줄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새 소주 두서너 병쯤은 거뜬히 비웠던 호기는 사라지고 소주 한 병에 취기를 가다듬어야 하는 애주가로 변한 것도 당연하다.

요즘도 술을 즐긴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동료와 함께 정을 나눌 수 있기에 여전히 술자리가 좋다. 양은 크게 줄었지만 흥은 더 깊다. 석 잔 술에 도가 통하고 한 말 술에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이태백의 풍류는 아닐지라도.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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