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백제의 시간'이 스민 후쿠오카 고분-2(끝)
"인년ㆍ인월ㆍ인일에 만든 삼인검(三寅劍)"
칼이 출토된 고분은 농촌 평야지대 산구릉에서 지난 2월에 발견됐다. 온통 대나무밭인 산기슭을 뒤로 한 현장에서는 막바지 발굴이 한창이었다. 센터 직원들인 나가야 신(長家伸)씨와 현장 발굴책임자인 오쓰카 토시노리(大塚紀宜)씨가 기자에게 현장을 안내하고 발굴성과를 설명했다.
무덤은 널길을 따로 마련한 횡혈식 석실분이었다. 시신을 안치했을 석실은 대형 돌로 쌓아 벽체를 만들고 뚜껑은 거대한 자연돌 5개 정도로 덮었다. 지금은 뚜껑돌 일부를 해체해 장방형 석실 내부와 바닥이 훤하게 드러난다. 널길과 석실 입구에는 각각 문지방 같은 시설이 발견된다.
오쓰카 씨는 무덤 뒤편 산을 가리키며 "무덤돌은 아마도 저곳에서 옮겨왔을 것"이라며 "암석이 같은 종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실 주변으로는 원형에 가깝게 빙 두른 도랑 같은 시설인 주구(周溝)가 발견됐다. 또 널길에서 이 주구로 이어지는 직선 방향으로 주구와 비슷한 도랑시설도 드러났다. 센터는 무덤 크기를 18m라고 했는데, 그 기준이 바로 주구 지름이었다.
이곳이 무덤이리라고는 지난 2월 무렵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센터 측에서 보여준 발굴 이전 모습을 보면 둥근 돌덩이 2~3개 정도만 지표에 노출돼 있을 뿐이다.
현장에서 살핀 고분 배치에는 언뜻 이상한 점이 있었다. 등고선과 나란한 방향으로 무덤 장축(長軸)을 두고 주변으로 배수를 위한 주구가 있다고 하지만 많은 비에는 취약한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쓰카 씨는 "무덤 장축은 정확히 남북 방향으로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쇠칼 출토 지점과 그 당시 모습은 오쓰카 씨의 설명과 발견 당시 사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석실 안에서는 각종 호(壺. 항아리)라든가 고배(高杯. 굽다리접시), 뚜껑과 같은 토기류가 더러 발견되기는 했지만 무덤 규모라든가 쇠칼을 부장한 점 등에 비춰보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다. 현장 사무소에서 본 토기 출토품은 완형이라고 할 만한 게 10~20점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무덤이 도굴당한 게 아닐까 했는데 오쓰카 씨에게서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도굴됐습니다. 그 시기는 13세기 무렵 가마쿠라 시대로 봅니다. 철검과 토기류를 비롯한 원래의 무덤 축조 당시 유물이 발견된 석실 바닥에 두께 30㎝가량 되는 퇴적층이 있었고, 그 위 약 두께 약 10㎝ 층위 구간에서 패각(조개무지)이라든가 불땐 흔적이 가마쿠라시대 유물과 함께 발견됐습니다. 아마도 가마쿠라시대에 이 고분은 모종의 제의시설과 같은 곳으로 사용된 듯합니다."
무덤을 만든 시기에 대해 오쓰카 씨는 일본 열도에서 이른바 고분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7세기 중반기 무렵으로 간주했다. 그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보다시피 널길 넓이가 석실 넓이하고 거의 같은데 이것이 7세기 중반기 고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출토 토기류가 모두 7세기 중반기 유물입니다."
무덤 축조가 7세기 중반이니 쇠칼 제작 연대(570)와는 대략 70년 차이가 난다. 오쓰카씨는 "아마도 이 쇠칼이 전세(傳世. 세대를 이어 전해짐)되다가 나중에 묻힌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곳에 묻힌 사람이 유력한 지방세력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기자는 현장을 떠나기 전 조사단에 "쇠칼이 이른바 삼인검(三寅劍)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삼인검이란 인년(寅年)ㆍ인월(寅月)ㆍ인일(寅日)에 제작된 칼을 말한다. 이런 때 제작한 칼은 무엇보다 신통력이 크다는 믿음이 당시 동아시아에는 있었다.
칼은 (경)인년 정월 6일 (경)인일에 만들었다고 한다. 정월을 원가력(元嘉曆)에서는 인월(寅月)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이 칼은 인년하고도 인월에다가 인일에 만든 셈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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