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최순실과 스포츠인의 상처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는 스포츠계가 입시 등 온갖 비리와 폭력, 승부조작 등 속임수가 난무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기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체육인들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초 개설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는 체육계를 부패집단으로 인식하게 하는 상징이다. 신고센터 설립은 한 승마대회에서 판정시비에 경찰이 출동한 이례적 사건이 박 대통령에 의해 거론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스포츠인들은 그게 최순실·정유라씨 때문에 일어난 파동이고, 그로 인해 문체부 직원이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그때부터 대한체육회와 산하 종목단체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문체부의 조치가 잇따랐다. 4대악 신고센터를 통해 드러난 비리는 많았다. 하지만 최근 문체부가 발표한 사례분석집에 따르면 출범 이후 신고건수는 580건인데, 그중 경찰에 신고된 경우는 20건뿐이었다. 잘못은 근절돼야 하고 시정돼야 한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체육계만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낙인찍히고 부각됐다는 점에 스포츠인들은 가슴 아파했다.
통합 대한체육회 출범 과정에서도 문체부의 입김은 매우 강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위배되는 정관을 밀어붙이며 체육회를 사실상 장악했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운영 효율성 제고라는 이유로 해산돼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로 들어갔다. 그게 K스포츠재단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최순실의 조카가 관련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빙상연맹이나 스키협회도 모르게 생겨나 정부 돈을 빼먹었다는 사실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과도한 드라이브에 상처입은 체육인들의 불편한 심기가 결집돼 나타난 게 최근의 대한체육회장 선거다. 정부에 맞서던 이기흥 전 수영연맹 회장에게 모인 엘리트 체육인들의 표가 ‘문체부 후보’를 이겼다. 특정 후보를 밀던 문체부의 공작이 실패한 건 스포츠계의 화제가 됐다. 스포츠인들의 상처는 요즘 더욱 깊어졌다. 최순실 의혹의 중심에 체육계를 향해 권력의 칼을 휘두르던 김종 차관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인들이 느끼는 충격과 자괴감, 깊은 좌절감은 일반 국민들의 몇 배다.
<김경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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