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이명박·박근혜 비교법
[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어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일간(26일) 지지율은 17.5%로 사상 최저였다. 대선 득표율 51.6%로 당선된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지율이 한때 67%까지 올랐다가 35% 안팎에서 등락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 한 방송 토론에서 “나라를 팔아먹어도 35%는 지지할 것”이라고 한 말은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지지층의 절반이 떨어져 나갔다.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이 매국보다 더 큰 폭발력을 미치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2년 수호표지석을 독도에 세운 사진과 글을 올렸다. 사흘 만에 73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꽃이 지고서야 봄인 줄 알았다’ ‘구관이 명관’ 등의 댓글도 달렸다. 그러나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억이 매우 짧다는 말을 많이 한다. 불과 4년 전 그 지긋지긋하던 MB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때를 그리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역사의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정권을 잡은 자들은 이걸 노려 온갖 비루한 일을 다 한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전 관리가 현 관리보다 잘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이 말은 전 관리가 실정을 했고, 나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후임자가 전임자보다도 못하다면서 비아냥댈 때 쓰는 말일 뿐이다. 과거의 제도와 관습에 익숙해진 이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한탄하듯 사용하기도 한다. 60년 전 제3대 대선 때 이승만을 대통령 후보로 냈던 자유당은 보수층 결집을 노리면서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선거구호를 동원했다.
4대강 사업과 부자감세, 국가재정 악화, 취업난 등 수많은 적폐를 남긴 이명박은 ‘명관’이 아닌 ‘악관’에 가깝다. 이명박의 잘못을 바로잡길 바라는 시민이 박근혜에게 표를 던졌지만 청산과 단죄는 없었다. 실정은 더 심해졌다. ‘그 나물에 그 밥’인 두 대통령을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 격’이라고 해야 하나.
<안호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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