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버뮤다 삼각지대

이기환 논설위원 입력 2016. 10. 26. 17:09 수정 2016. 10. 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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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의 어느 해역을 지날 때 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나침반이 미친 듯 움직이더니 저편에서 불덩이가 피어났다. 그로부터 453년이 지난 1945년 12월5일 미국 제19비행중대 어뢰요격기 5대와 승무원 14명이 갑자기 실종됐다. 실종기를 찾으러 이륙했던 구조기 역시 사라졌다.

1950년 ‘마이애미헤럴드’의 에드워드 존스 기자가 심상치 않은 이 해역의 사건들을 주목한다. 1962년 월간지 ‘아메리칸레지온’은 “19비행중대의 지휘관이 ‘지금 비행기가 물속으로 빠진다.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승무원들의 다급한 소리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잡지는 이어 “당시 해군 관리들 사이에는 ‘실종 요격기가 화성으로 날아갔다’는 언급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1964년 빈센트 가디스 기자는 당시 유행했던 펄프 매거진(갱지를 사용한 싸구려 잡지)에 실종사건이 잦은 해역에 꼭짓점을 찍었다. 미국 마이애미와 푸에르토리코, 버뮤다를 잇는 삼각형 형태의 해역이었다. 바로 ‘마의 버뮤다 삼각지대’다. 그 정체는 지금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외계인이 붙잡아 갔다는 설, 해저에 가라앉은 아틀란티스 문명이 물체를 빨아들였다는 설, 강력한 자기장이 일으키는 지진으로 끌려 들어갔다는 설에 심지어 블랙홀설과 시간여행설까지…. 2010년엔 그럴듯한 메탄가스설이 등장했다. 즉 버뮤다 해저에 얼음 모양으로 쌓인 메탄층이 갑자기 붕괴되어 엄청난 가스 거품을 방출할 때 그 위를 지나가는 배나 비행기마저 집어삼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따끈따끈한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미국의 ‘사이언스채널’이 발표한 ‘공기폭탄설’이다. 버뮤다 삼각지대에 형성되는 여러 개의 육각형 구름들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즉 해역에 육각형의 구름들이 생기면서 구름의 밑부분에 가공할 만한 순간돌풍이 발생하고, 이것이 공기폭탄 역할을 함으로써 바다에는 순식간에 높이 14m 파도와 시속 272㎞ 강풍이 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의 버뮤다 삼각지대’란 처음부터 없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호사가들의 과장·왜곡에 역사가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은 인간의 전유물이다. 앞으로도 온갖 그럴듯하고 희한한 주장들은 계속 나올 게 분명하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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