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치느님
닭고기는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중국인이 서기 280년쯤 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마한에 긴 꼬리 닭이 있다’는 기록이 있으니 한국의 닭 사육 역사는 2000년 이상 됐을 것이다. 고구려 무용총에도 닭 그림이 있고, 삼국시대 무사들은 닭의 꼬리 깃으로 모자를 장식했다. 고려시대에는 궁중에서 시간을 알리는 용도로 닭을 사육했고, 잡귀를 쫓는 의식에 제물로도 사용했다. 조선시대에 발간된 <식료찬요> <동의보감> 등에는 닭고기를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 활용한 사례가 나온다. 처가를 찾아온 사위에게 장모가 씨암탉을 잡아 대접하는 풍습은 정력과 관계가 있다. <주역>은 닭에 양기가 많다고 했고, 고려 말 승려 신돈은 검은 닭고기를 먹고 정력을 키웠다고 한다.
닭고기는 돼지고기에 이어 한국인이 두번째로 많이 먹는 육류다. 해마다 늘어나는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2013년 기준 11.5㎏이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된 닭은 8억8500만마리였고, 올해는 9억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백숙과 삼계탕이 닭고기 음식의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절반 이상이 튀김닭인 치킨이다. ‘국민 간식’ ‘국민 야식’ 칭호에서 더 나아가 요즘 치킨은 ‘치느님(치킨+하느님)’ 반열에 올랐다. ‘나 이외의 다른 음식을 먹지 말라’는 제1계명으로 시작하는 치느님 십계명도 등장했다.
최근 치느님의 치솟는 몸값에 대해 양계농가와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농가의 생닭 출하 가격은 ㎏당 평균 1500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20%가량 올랐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 값은 1만1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70% 넘게 폭등했다. 치킨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대형 업체들이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광고전을 벌인 탓도 있다. 지난해 BBQ치킨과 교촌치킨은 광고선전비로만 각각 116억원, 86억원을 썼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이는 소비자와 업체 사이에 낀 치킨집 주인들이다. 지난해 치킨집 창업 자영업자는 3920명이다. 전국 치킨집의 10% 이상이 창업 1년 미만 새내기인 셈이다. 반면 폐업한 사람도 2775명에 이르렀다. 장사가 안돼 누군가 폐업한 자리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이다. 창업 3년 뒤 살아남는 치킨집은 4분의 1도 안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호기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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