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대통령의 동생

김민아 논설위원 입력 2015. 7. 31. 21:28 수정 2015. 7. 31. 22: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세워놓으신 어린이회관이 자매 사이의 분란을 낳은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 일이기에 동생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었다. 그 후 가끔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동생이 잘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여동생 박근령씨와의 육영재단 운영권 분쟁을 거론한 대목이다. 1990년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고 있던 육영재단 안팎에서는 “최태민 목사가 재단 운영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4년간 미국에 머물다 귀국한 근령씨는 남동생 지만씨와 함께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최 목사 문제와 관련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근령씨에게 이사장직을 넘기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재단을 둘러싼 분쟁은 계속됐고 운영권은 2008년 다시 지만씨에게 넘어갔다.

자매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08년 근령씨가 14세 연하 신동욱씨와 재혼하려 하자 반대했고, 결혼식에도 불참했다. 신씨는 박 대통령과 지만씨에 대한 비방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구속돼 1년6개월 복역하기도 했다.

한동안 조용하던 박근령씨가 다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근령씨가 한 포털사이트와의 대담에서 ‘한국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고, 신사참배에 개입하는 건 내정간섭’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다. 그는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신사참배는 후손이 조상을 찾아가는 것인데, 100년 전 조상이 잘못했다고 참배도 하지 않겠다는 건 패륜”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제철소도 지어주고 우리 경제 발전의 모태가 될 일을 많이 해줬는데 피해의식만 갖고 살면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도 했다.

휴가 중인 박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책과 보고서를 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지만 동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개인적 돌출행동일 뿐이라며 무대응 기조라고 한다. 그런데 박근령씨가 ‘한국 대통령의 동생’이 아니라면 일본 포털이 대담을 했을까. 일본인들은 그를 ‘개인’으로 바라볼까.

<김민아 논설위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