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멸종위기종 복원

신동호 논설위원 2015. 5.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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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호랑이는 1921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사살됐다. 표범은 1962년 경남 합천 오도산에서 포획된 것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늑대는 1980년 경북 문경에서 생포된 이후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여우는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사체로 발견된 것이 야생에서 마지막이다. 스라소니는 남한에 살았는지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절멸한 것으로 간주된다.

우리와 오래도록 공존하다 지난 한 세기 안에 사라진 동물이 많다.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들이다. 일제강점기의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으로 곰, 호랑이, 늑대 등이 대량학살됐고, 여우나 살아남은 늑대도 1960~1970년대 쥐 잡기 운동이나 개발, 밀렵 등으로 씨가 말랐다. 일제의 표현대로 ‘해로운 짐승’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더 안전하고 풍요해졌을 텐데 우리가 오히려 불안과 결핍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상위 포식자가 생태계에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유명한 것이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늑대 복원 사업이다. 1920년대 미국은 늑대가 가축을 공격해 목장주의 피해가 커지자 대대적인 늑대 박멸에 나섰다. 늑대를 완전히 없애는 데는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늑대가 없어지자 엘크의 수가 급속히 늘어 풀과 나무를 마구 먹어치웠다. 숲이 망가지고 살 곳을 잃은 곤충도 사라져 자연이 황폐하게 변하고 말았다. 결국 환경운동가의 노력으로 1995년 70년 만에 늑대 방사가 이루어졌다. 늑대가 돌아와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수행하자 생태계가 다시 이전 모습으로 회복됐음은 물론이다.

환경부가 최근 경북 영양에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착공하면서 늑대, 표범 등 대형 육식동물 복원을 검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멸종위기종 복원 작업은 그동안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나 서식지 외 보전기관에서 반달가슴곰, 산양, 황새, 두루미, 따오기 등을 중심으로 주로 해왔다. 2017년 개관할 예정인 복원센터에서는 여우, 스라소니, 사향노루, 대륙사슴, 검독수리, 저어새 등 행동반경이 큰 동물 복원에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늑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살아도 될 정도로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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