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다문화가정 아이 지대한

경향신문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김성훈 감독의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주인공 지대한군(12)은 8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연기신동이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찾아간 안산 지역다문화센터에서 이 어린이를 만났다. 스리랑카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지군은 연기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던 아이였다. 예능에 소질이 있는 어린이들을 물리치고 백지상태에서 6개월 동안 발레와 노래 등을 연습한 지군은 지난 7일 영화제작발표회에서 "춤출 때 생각처럼 되지 않아 속상했다"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 영화는 3류 뮤지컬 감독(김래원 분)과 천부적인 노래실력을 가진 다문화가정의 어린이 영광(지대한 분)이 뮤지컬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지군처럼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출생아는 국내 전체 출생아의 4.7%로 아기 20명당 1명에 가까운 셈이다. 2050년이면 출생아 3명 중 1명이 다문화가정 출신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 국제결혼 부부가 25만쌍이고 그들 사이의 아이는 16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다문화가정 학생은 올해 4만7000명, 내년 5만2000명, 2014년 7만5000명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진학률이 초등학교 80.8%, 고교 26.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다문화가정 학생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 언어소통, 부모의 이혼, 따돌림 등으로 학업탈락률이 40%에 달하고 있어 다문화가정 학생의 비율은 고학년이 될수록 줄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결혼 이주여성이 20만명에 이르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됐지만 경제적, 정서적 기반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2010년 조사에서 다문화가정의 91%가 '인종, 피부색, 부모의 출신국가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고, 불공정하다'고 답한 것이 그 예다.

무엇보다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이 차별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코시안(Korean+Asian)이라는 말도 불평등 의식이 담긴 표현 같다. 우리 주위의 많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 가운데서 제2, 제3의 지대한군 같은 아이돌스타도 나오고, 사회 지도자도 나오는 것이 대단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유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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