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에 술.. 19禁!" 음반심의 도마에

2011. 8. 16. 02: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성부 시각 시대착오적" 비판 봇물이미 유행한 노래 "유해" 판정까지

"취했나 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

"친구들과 술 한 잔 정신 없이 취하련다 다 잊게" (옴므 '밥만 잘 먹더라')

"어제 소주를 잔뜩 마시고 나는 엉엉엉엉엉엉엉엉" (장기하와 얼굴들 '나를 잊어주오')

이 노랫말들은 모두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로부터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된 것들이다. 청소년들에 유해한 약물(술)이 가사에 포함됐다는 것이 판정 이유다. 올해 상반기에 국내노래 중 310곡이, 지난 해엔 490곡이 유해 매체물로 결정됐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된 노래는 청소년보호시간대인 평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 주말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든 방송매체에서 방송이 금지된다. 또한 음반에는 '19세 이하 판매 금지'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최근 청보위의 이런 결정을 놓고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시대착오적인 심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소년을 무조건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구태의연한 시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음악 전문가들이 특히 문제를 삼는 부분은 심의 기준의 모호성이다.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은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이거나 음란한 것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폭력행사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반사회적ㆍ반윤리적인 것 ▦정신적ㆍ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치는 우려가 있는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준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비판한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단순히 '술'이 나온다고 해서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하는 건 잘못됐다"며 "참담한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데도 청보위가 맥락은 무시한 채 모호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유해 매체물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청보위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단은 3단계로 진행된다. 모니터 요원 5명이 1차로 심의대상곡을 선정해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음반심의위에 올리고 이에 대한 음반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놓고 청보위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연간 약 3만곡의 신곡이 발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모니터 요원 5명이 한 달에 약 2,500곡을 듣고 심의대상곡을 가려야 한다는 얘기다.

문화평론가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그 많은 곡들을 제대로 듣고 가사를 이해한 상태에서 심의하기란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단순히 몇 가지 '키워드 검색'을 통해 골라내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미 잘 알려진 곡을 새삼스레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이장희씨의 '한 잔의 추억',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가 대표적이다. 대중음악평론가인 강태규(오스카 엔터테인먼트 이사)씨는 "대중가요가 청소년들의 정서나 도덕성에 심각한 해를 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이미 과거 '금지곡'의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중이 판단해야 할 대중문화 콘텐츠를 심의제도로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탁현민), "대중가요는 교과서가 아니다"(임진모)라는 지적도 있다.

여성부는 음반심의위원회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교원단체 추천인, 과거 음반업계 종사자, 작사가, 음악평론가, 방송 종사자 등 9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태규씨는 "심의 결과를 볼 때 대중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이들로 구성돼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음반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단체 '탁틴내일'의 이영희 이사는 "청소년 유해 매체물은 아동부터 19세 이하 연령층을 대상으로 놓고 심의하니 기준이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며 "단지 '술'이 가사에 들어가서가 아니라 술을 해결의 도구로 삼아 음주를 조장하는 의미가 있을 경우에는 유해 매체물로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거듭되는 논란에 여성부는 16일 오후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제도 발전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어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예슬 "내 잘못… 행복해라" 문자 남기고…
한국,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
감히… 이효리, 엄정화에 독설 퍼부은 사연
"행복해라" 남기고 잠적 한예슬, 극단 선택?
[화보] '8등신 미모' 2011 미스코리아 한자리에~

김지은기자 luna@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