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별 생각없이 쓰는 '우산 비닐' 연간 1억장.. 환경 골병든다

류난영 2011. 8. 7.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장 생산비 14원..매립할땐 썩는데만 50년

한 장 생산비 14원…매립할땐 썩는데만 50년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비가 오면 건물 입구에서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우산 비닐' 때문에 우리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압니까"

직장인 김모(24)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하루에 보통 3~4개의 우산 비닐을 사용한다. 그는 "주말에 비가 오는 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경우 백화점과 극장, 식당 등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며 건물입구에서 우산 비닐을 4개 정도 쓰게 된다"며 "우산 비닐을 사용하면 깔금하고 편리하다는 생각만 했지 환경 오염이 된다는 생각은 별로 해 본적이 없다"고 털어 놨다.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우산 비닐이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쓰이고 있다. 특히 우산 비닐은 매립할 경우 썩는데 최소 50년은 걸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산 비닐 사용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되는 우산 비닐은 1억여장 정도다. 특히 장마철인 6~8월에는 전체 소비량의 40%가 집중된다.

청량리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한 달 평균 우산 비닐이 1만5000장 정도 나간다"며 "6~8월 장마철의 경우 3만장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우산 비닐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아도 있으면 더 편리하다는 이유로 별 문제의식 없이 우산비닐을 다량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산비닐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1장당 14원 가량. 이를 구입하는데는 1장당 20~22원정도가 든다. 연간 20억원 정도가 크게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우산 비닐에 재정을 낭비를 하는 셈이다.

직장인 양혜진(25·여)씨는 "우산 비닐을 사용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다른 사람에게 물을 튀기지 않을 수 있어 쓰게 된다"며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있으면 편해서 좋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은 해봤다"고 말했다.

주부 김희영(31·여)씨도 "백화점 같은 곳에서 쇼핑할 때는 구입한 물건 등에 물이 들어갈 까 염려가 되는데 우산 비닐이 있으면 그런 걱정이 없어 쓰고 있다"며 "하지만 우산 비닐이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대형건물 등에서 나온 우산 비닐 중 30~40% 정도는 각 구청이 수거해 재활용업체에 의뢰, 검정 비닐봉지로 재활용 되거나 고형연료(RPF)로 만들어 냉난방 연료 등에 쓰이지만 나머지 60~70% 가량은 매립되거나 소각돼 환경오염 우려가 되고 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우산비닐의 재질이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이라서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모두 모아 다시 검정봉지를 만드는 데 쓴다"고 밝혔다.

중구청 관계자도 "우산비닐을 수거한 후 재활용 여부를 판단해 재활용업체에 인계된다"며 "이들은 압축 등 과정을 거쳐 이를 검정봉지로 재활용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검정봉지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결국 소각하게 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우산 비닐 성분은 자연분해가 불가능해 재활용 해도 한번 재활용하면 다시 쓰일 수 없어 결국은 환경오염의 원인이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현선 환경실천연합회 사무국장은 "결국 일회용 우산 비닐을 이용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는 일회용 검정봉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용을 억제하고 있는 검정봉지를 재생산하는 것이기에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문봉진 서강대 교수는 "우산비닐의 성분인 HDPE(플라스틱우유용기)는 자연분해가 불가능하고 썩는데 50년 이상 걸린다"며 "매립에 대비해 생분해 되는 성분으로 바꿀 필요가 있지만 이 경우 비용이 크게 늘어나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산비닐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전환을 통해 우산 비닐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전현선 사무국장은 "시민들은 비 오는 날 우산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별 생각 없이 우산 비닐을 다량 사용하고 있다"며 "우산 비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빌딩 입구에 빗물을 닦을 수 있는 천을 비치해 두면 우산 비닐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수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도 "비가 와도 우산을 여러번 흔들어 털어내면 우산 비닐은 꼭 필요하지 않다"며 "시민들도 작은 습관부터 바꿔 우산 비닐 사용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u@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