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의 증거들..BBK의혹 규명 열쇠 되나

정용인 기자 입력 2012. 3. 17. 13:27 수정 2012. 3. 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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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실소유주 논란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건 당사자 김경준씨가 입을 열면서부터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 지난 4년 동안 잠복되었던 BBK 실소유주 의혹은 해명될 수 있을까.

먼저 전제해야 하는 것은 BBK사건은 이미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검찰 조사와 직후의 특검, 그리고 재판을 통해 종료된 케이스라는 것.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는 김경준씨는 유죄가 확정된 뒤 현재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런데 그런 김씨가 4년이 지난 지금 "할 말이 있다"며 내놓는 주장들은 무엇일까.

< 주간경향 > 은 언론에 보도된, 김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한 지난 2월 23일자 편지와 함께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다수의 김씨 편지를 입수했다. 김씨의 과거 편지들은 주로 교도소 처우 문제 등을 거론한 반면, 최근 1~2개월 사이 보낸 편지에서는 BBK와 옵셔널벤처스, MB와의 관계를 거론한 경우가 급증한다.

김씨 주장은 과거 논란 재탕?

김경준씨가 최근 유원일 전 의원에게 보낸 편지들.이미 끝난 줄 알았던 BBK사건이 재점화된 것은 지난해 김경준씨가 소송에서 이기고도 140억원을 '다스'에 보낸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다. 보낼 필요가 없는 돈인데도 보낸 이유에 대해 2010년 누나 에리카김의 귀국을 전후로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김씨는 2월 23일 유원일 전 의원과 면회에서 "합의는 이미 2008년 시점에 이뤄진 것이며,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 < 주간경향 > 965호 관련기사 참조) 김씨는 이날 면담 내용을 편지로 정리해 유 전 의원에게 보냈다. < 주간경향 > 이 입수한 2월 23일자 편지는 면회가 끝난 직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편지에서 김씨는 "언론 추측과 달리 작년 DAS와의 사건 때 '누나(문제) 해결과 저의 미국 이송' 등을 합의한 적 없음. '누나(문제)와 저'의 이송은 이미 2008년에 합의했음. 그 당시 윗선 약속으로 이해함"이라고 적고 있다. 2008년이면 이명박 후보가 당선자 시절 특검이 진행될 때부터 관련 재판 1심이 진행되던 시기를 포괄한다.

이 편지에서 김씨는 BBK 소유 문제와 관련, ▲MB가 통제한다는 문구가 적시되어 있는 BBK 정관이 금감원에 등록(되어 있으며) ▲하나은행 부행장의 결제를 받은 내부자료로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투자할 당시 하나은행 투자 조사·기획 확인 자료들이 검찰에 있으며 ▲한글이면계약서 등을 나열하고 있다. 편지에서 그는 "검찰개혁을 위해 국정조사 증인으로 참석할 의향이 있으며, 언론을 통해 제가 MB와 비밀거래로 여기(천안교도소)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잘 산다는 어이없는 오해가 풀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BBK 소유문제 근거라고 밝힌 자료들은 이미 한 차례 논란을 거친 것들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6월 열린 국회 금감원 정무위원회 회의에서는 금감원에 등록되어 있는 BBK 정관 변경 문제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간단히 정리하면 당시 김현미·서혜석·이석현 의원 등은 "김경준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 즉 소유권을 넘기는 방향으로 조작했을 리가 없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등록된 BBK 정관은 실소유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인사들은 MB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해서 정관의 다른 부분을 고치는 척 '위장'해 등록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당시 금감원의 실수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공증까지 받아 등록한 정관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은행 건이나 한글이면계약서 문제도 비슷한 구도의 논란이 있었다.

사실, 현재까지 제시된 김씨 주장의 근거 중 새롭게 내놓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3월 11일 업로드된 인터넷 팟 캐스트 < 나는꼼수다 > (이하 나꼼수)는 김경준씨의 육성녹음을 공개했다. 이 녹취파일은 유 전 의원과 김경준씨의 2월 23일 면회 내용을 담은 것이다. '나꼼수'는 김씨와 접촉한 친박계 의원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혜훈 의원은 "김씨를 만난 적 없다"고 나꼼수 측에 밝혔다. 이튿날 검찰은 '나꼼수 주장에 대한 검찰 입장'이라는 자료를 냈다. 검찰은 당시 수사결과 "모든 후보 측의 정치권 관계자들이 김경준의 입국을 전후로 하여 그 가족, 변호인 등과 접촉하고 자료를 받아가서 폭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사결과 발표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유모 변호사 등은 김경준과 그 가족 및 변호사를 접촉하여 BBK 관련 자료를 건네받았으며, 2007년 8월께 모 언론과 김경준의 인터뷰를 주선한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소한의 자료검증도 거치지 않고 총선을 앞둔 시기에 이해 당사자의 편의적 진술에 좇아 정치적 이해 타산만으로 폭로라고 포장하면서 선동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꼼수 허위" 검찰 주장 사실과 달라

검찰 주장을 재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김경준 및 나꼼수는 민주당 쪽에서는 기획입국 관련 찾아온 사람이 없다고 밝혔으나 검찰 조사결과, 당시 모든 후보 측의 정치권 관계자들이 김경준의 입국을 전후로 하여 그 가족, 변호인 등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둘째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과 유모 변호사가 김경준과 그 가족 및 변호사를 접촉했다는 것은 이미 2008년 6월 검찰 BBK 기획입국 의혹 수사결과 발표에 포함되어 있었는데도, 마치 사실 확인 없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처럼 폭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은 < 주간경향 > 취재결과와 미묘하게 다르다. < 주간경향 > 은 3주 전부터 친박캠프 인사들의 김경준 접촉과정을 취재해왔다. 친박 인사들 중 김경준을 만난 인사는 이혜훈 의원이 아닌 것은 맞다. 김경준을 세 차례에 걸쳐 만나고 온 이는 현재 경기 김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다. 이혜훈 의원은 김경준을 만나는 대신 김씨 가족을 만났다. 검찰은 '모든 후보의 정치권 관계자'를 거론했지만 그들이 만난 것은 검찰 표현대로 '가족과 변호사'였다. 또한 시점도 "김경준 귀국 시점(11월)"이다. 김씨가 LA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당시(3월) 최초로 찾아가 만난 인사는 친박계 유영하 변호사라는 것이 이번 김씨의 폭로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다.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인 올해 2월 하순만 하더라도 유 후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언급해 놓았다. BBK 논란이 불거지자 유 후보 측은 홈페이지에 올린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중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는 수사형평성 논란과 관련, "기획입국설 수사는 당시 한나라당 고발에 따라 진행된 수사라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며 "실제 민주당만큼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에게 문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4월 총선 후 새롭게 구성되는 19대 국회에서 BBK사건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도 기꺼이 협조의사를 밝혔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BBK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게 될까. 김씨가 앞으로 어떤 근거를 내놓느냐에 달린 문제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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